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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마찬가지지만 1979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미국과 유럽의 항공시장은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 이 기간이 바로 사우스웨스트, 제트블루, 이지젯 등 저가 항공사들이 취항하면서 30%정도 저렴한 요금을 무기로 미국과 유럽의 국내선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기 시작했던 시기이다. 정규 항공사 간 서비스 차별화 경쟁에서 본격적인 가격경쟁의 시대로 접어든 시기였던 것이다.

이처럼 미국 내 항공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자 아메리칸 에어라인(American Airlines)에서는 ‘상용 고객 우대 마일리지 제도’를 세계 최초로 시행하여 대성공을 거둔다. 그리고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마일리지 제도가 크게 성공하자 미국 내 정규 항공사들도 경쟁적으로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게 된다. 이렇게 되자 마일리지 제도의 효과는 크게 떨어졌다. 또 회사별로는 마일리지 제공에 따른 마케팅 비용의 급격한 증가를 가져와 경영을 압박하는 요인으로까지 변질되어버렸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항공사나 카드사 등이 고객들의 마일리지 사용기준을 강화하여 비용부담을 줄이려는 시도를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브리티시항공도 미국 내 정규 항공사들과 똑같은 고민을 갖고 있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정규 항공사들도 경쟁적으로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였고 저가 항공사들 또한, 경쟁적으로 시장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리티시항공은 이 같은 항공시장의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두 가지 전략을 실행한다. 첫 번째 전략은 저렴한 가격으로 항공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고객들의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저가 항공사를 자회사로 설립하는 것으로 실제 라이언항공이라는 저가 항공사를 설립하였다.

두 번째 전략은 고품격 맞춤 서비스와 마일리지 제도를 통해 VIP 고객들의 로열티를 강화하여 이들이 경쟁사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었다. 특히 고품격 맞춤 서비스는 VIP 고객들이 원하는 바를 요청하기 전에 미리 알아서 제공해주는 서비스였다. 이러한 맞춤 서비스에 감동을 받은 고객이 브리티시항공의 알파고객이 되면 쉽게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맞춤 서비스의 내용은 이러했다. 항공권 예약부터 시작해 비행기 탑승 절차, 기내 서비스, 기착지 도착 후 숙박이타 교통편 등 VIP 고객들의 비즈니스 출장이나 여행 관련 모든 서비스를 맞춤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었다. 브리티시항공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정말 중요한 문제는 한 가지였다. VIP 고객의 선호, 성향 등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브리티시항공은 회사 내에 ‘VIP 고객 선호 정보 추적 시스템’이라는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그리고 승무원들로 하여금 VIP 고객들의 니즈, 선호, 성향 등을 파악해 입력하도록 하기 위해 비행기 주방에도 PC를 설치하였다.

예를 들면 Q라는 VIP고객은 어떤 좌석을 선호하는지, 비행 중에 PC를 사용하는지, 신문이나 잡지는 어떤 종류를 구독하는지, 기내식의 종류 및 고기는 어느 정도 익히는 걸 좋아하는지, 좋아하는 음료는 어떤 것인지, 식사 후 어떤 와인을 좋아하는지 등의 정보를 정리하였다. 이런 정보는 승무원이 직접 파악하여 기내 주방 PC에 틈틈이 입력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들이다.

한번은 이런 일이 발생했다. 기착지에 도착한 후, 한 고객이 승무원에게 이런 불만을 이야기했다. “이번 비행기 탑승 중에 목이 말랐는데 물을 마시지 못해서 불편했다”라고 말이다. 그러자 이 고객의 이야기를 들은 승무원이 “고객님 저희 승무원을 불러 물 한 컵 갖다 주라고 요청하시지 그러셨습니까?”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이 고객이 다시 말했다. “물을 달라고 하려고 승무원을 바라보니, 피곤한 모습으로 쉬고 있더라. 그래서 부르지 못했다. 어쨌든 물을 마시지 못해서 좀 불편했다”라고 말했다. 승무원이 다시 “고객님, 다음번 저희 브리티시항공기를 탑승하시면 고객님 좌석 앞에 1.5리터 생수 2병을 놓아드리면 괜찮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 고객은 “아, 그렇게 해주면 고맙지요. 원래 나는 평소에도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이라…”라고 하면서 비행기에서 내렸다.

6개월 정도 지난 후, 이 고객은 다시 브리티시항공으로 여행을 하게 되었다. 자신이 6개월 전 승무원과 나눈 대화 내용을 새까맣게 잊고 비행기에 탑승했던 것이다. 그런데 자기 좌석 앞에 에비앙 생수 2병이 준비되어 있는 것 아닌가! 이 고객은 정말 깜짝 놀랐다. 본인도 까맣게 잊고 있던 일을 기억하여 챙겨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일이 있은 후, 너무 감동을 받은 이 고객은 만나는 사람마다 브리티시항공의 대단한 서비스를 자랑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브리티시항공을 이용하라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다녔다. 자신이 경험한 특급 서비스를 이야기해주면서 말이다. 이 고객은 브리티시항공의 열렬한 팬, 열정적인 알파고객이 된 것이다.

-『알파 고객을 잡아라』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