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코스모스

1999년 한국의 현대자동차가 일본 자동차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한국의 국내시장을 석권하고 미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것을 계기로 일본시장에도 도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현대는 도요타의 같은 2000cc급의 자동차에 비해 30%정도의 낮은 가격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첫해에는 500대 정도로 성과가 미미했지만 다음 해부터는 서서히 판매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현대의 약진은 도요타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언제나 위기감을 조성하며 조직에 긴장감을 주는 데 명수인 도요타는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른바 3년 동안 30%의 원가절감을 목표로 “21세기 생존을 위한 CCC21운동”을 전개했다. 여기서 3C는 원가절감 운동의 대상 차종인 크라운, 카로라, 셀시어의 머리글자와 Construction of Cost Competitiveness(가격경쟁력 재구축)의 머리글자에서 왔다.

기간을 3년으로 잡은 것은 현대자동차가 일본에서 경쟁력 있는 판매망과 서비스망을 갖추는 데 3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현대의 특성을 이미 파악한 도요타는 3년 후가 되면 본격적인 경쟁 상태에 돌입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이때 자사 자동차 가격을 30% 내려 현대와 동일가격으로 경쟁해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계획이었다. 도요타 사장 조 후지오는 2001년 2월 “도요타 협력사 총회”에서 “세계 No.1의 가격경쟁력을 가지고 싶다”고 말한 뒤 협력사들의 협조를 요청했고 CCC21운동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천명했다. 이러한 확고한 의지와 위기감으로 출발한 CCC21운동은 도요타의 기존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 큰 계기를 제공했다.

첫째, 자동차 그룹의 구조조정을 실시하도록 만들었다. 10개사에 이르는 계열기업의 개발부문을 통합하고 중복된 생산라인을 통합 재편했다. 이를 통해 간접비용을 30% 절감함과 동시에 원가절감의 강도를 높였다. 또한 개발기간을 30% 줄이는 도전도 함께 전개되었다. 개발기간은 원가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개발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고객지향적인 제품을 신속하게 출시하는 성과를 얻는 한편 외국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핵심 경쟁요소로 작용했다.

둘째, 일본의 높은 인건비의 한계를 극복하는 촉매제가 되었다. 도요타는 중국의 약진을 적절히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하여 천진에 공장을 설립하고 2002년 10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일본 내의 인건비로는 극복할 수 없는 원가의 벽을 넘어서는 한편 인재육성이라는 명목으로 중국 공장으로부터 연수생을 파견받아 조립라인에 투입함으로써 인건비를 크게 절감시켰다.

셋째, 부품구매를 일본 중심에서 세계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안정된 거래선을 선호하여 주로 일본 국내 기업에서 부품을 구매하던 기존의 사고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부품 공급업체를 전 세계로 확대했다. 또한 Module화 설계로 부품수를 줄이고 작업효율성을 높여 큰 폭의 원가절감을 이루어냈다.

넷째, CCC21은 도요타의 노조도 함께 참여하는 생존 Plan이 되었다. 2002년에 이어 2003년 12월에 노조는 2004년의 임금춘투 목표를 “BASE UP ‘0’”로 선언했다. 상반기에 이미 1조 엔의 이익을 올리고 하반기도 순조롭게 가고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이 같은 발표에 타기업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임금 동결은 2005년에도 이어졌고 도요타는 4년 연속 임금인상을 동결함으로써 전사원이 하나가 되어 장차 다가올 위기와 불황에 대응하는 특유의 기업문화를 보여주었다.

CCC21운동을 통해 도요타는 2003년 3월까지 생산비용의 30%, 총 1조 3000억 엔을 절감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요타는 자체 생산라인뿐만 아니라 하청 부품업체에도 강도 높은 변화를 요구했다. 그동안 도요타식 경영의 핵심은 점진적 개선인 ‘가이젠’으로 한꺼번에 모든 것을 뜯어 고치려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도요타 경영슬로건이 바뀌고 있다. 가이젠에서 보다 혁신적인 ‘가이가쿠(개혁)’로 무게중심이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일본의 장기침체와 치열한 글로벌경쟁으로 인해 가이젠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하세가와 코우치 도요타 전무는 “CCC21전략은 가이젠이 아닌 가이가쿠를 의미하며 도요타와 부품업체 모두 세계 최고의 원가력과 품질경쟁력을 갖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러한 혁신을 통해 도요타 자동차는 불황을 모르는 일본 대표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세계경기의 동반 침체 속에서도 일본기업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2001년에 경상이익 1조엔을 달성했고, 2005년에는 2조엔의 경상이익을 내면서 도요타는 지난 50년 이래 단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는 진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 『Doing 도요타 혁신성공』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