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보청기회사 오티콘은 일터를 혁신함으로써 창조 기업으로 변신한 성공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오티콘은 1904년에 설립된 보청기 제조사로 전통적 기술 기업이다. 이 회사는 순조롭게 실적을 올려가면서 업계 리더가 되었지만 1980년대에 들어 소니가 보청기 사업에 새롭게 진입함으로써 글로벌 경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1980년대 말에 사장의 자리에 오른 라스 콜린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혁신적인 경영을 도입했다. 라스 콜린은 ‘지식 기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종래의 조직의 벽을 허물고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개혁의 의의를 설명하고 불가능에 도전하는 조직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물리적으로도 벽을 없애고자 코펜하겐 시내에 있는 미네럴워터 공장을 보수하여 그곳으로 본사를 통째로 이전했다. 그곳은 원래 공장이었기 때문에 내부에 기둥이 전혀 없었다.

그들은 ‘퍼피’라는 이름의 바퀴달린 캐비닛에 컴퓨터나 자료를 쌓아놓고 프로젝트별로 이동하면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하든 그것은 순전히 직원 개개인의 자유였다. 당시 그들은 그것을 ‘스파게티조직’ 또는 ‘비조직’이라고 불렀다. 물론 이러한 조직 개혁의 시도가 쉽지는 않았다. 그러니 외부의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그 새로운 조직에서 탄생한 것이 세계 최초의 완전 자동 보청기 ‘멀티포커스(1991년)’였다. 그 후 1997년 ‘디지포커스’에서는 보청기의 디지털화를 달성했다. 이러한 혁신을 통해 오티콘은 새롭게 부활했고 글로벌 보청기시장의 리더 기업이 되었다. 그리고 라스 콜린은 일약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소니는 그 후 보청기 사업에서 철수했다.

오티콘 부활의 열쇠는 그들이 보청기라는 제품의 의미를 완전히 바꿔버린 데 있다. 오티콘은 ‘심리청각학’이라 불리는 독자적인 지식에 눈떴다. 보청기를 청각 문제 해결을 위한 기능이 아니라 ‘창조적 인생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한 것이다. 심리청각학에 의하면 ‘인간은 듣고 싶다는 의식이 있어야만 들을 수 있다, 즉 심리가 청각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토대 위에 그들은 보청기를 컴퓨터로 간주하고 지금까지 없었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의 결합을 창조했다.

콜린이 퇴사한 후에도 오티콘은 프로젝트형 개발을 ‘지식 틀’로 사용하여 계속해서 새로운 이노베이션을 이어나갔다. 2007년에 등장한 ‘에포크’는 최적화된 청각 기능에 더하여 휴대전화와 MP3 등의 음성을 블루투스를 이용하여 와이어리스로 보청기에 스트리밍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품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오티콘은 2007년에도 덴마크의 국가 이노베이션 대상을 수상했다.

2006년, 오티콘은 익숙한 시내의 오피스에서 코펜하겐 교외 콘게밧켄의 새 사무실로 이전했는데, 이곳은 다양한 협업과 경계 없는 대화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이 커다란 특징이다. 예를 들어 커피 아일랜드, 테이블이 없는 브레인스토밍존, 소파가 있는 원형테이블존, 라이브러리, 타임아웃존 등이 마련되어 있고 이른바 회의를 위한 회의실은 없다. 모든 미팅은 지식의 공유와 창조적 대화를 위해 존재한다. 회의공간은 이동식 화이트보드 등을 활용해 자유롭게 마련할 수 있다. 출입문은 있지만 닫히는 일은 드물다. 창조적 협업을 위한 공간의 주위에는 음향룸이나 실험실 등의 ‘이노베이션 에어리어’가 있다.

오티콘의 지식 전통은 자기 자리에 앉은 채로 이노베이션을 만들어내는 조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전통은 모든 요소가 이노베이션을 위해 고려되어 배치되는 일터 만들기를 통해 다음 세대로 계승되고 있다.

- 『아트 컴퍼니』 중에서
(곤노 노보루 지음 / 이콘 / 347쪽 / 1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