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들에게는 여자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두 가지 본능적 특징이 있다. 첫째는 암컷을 보면 무작정 씨를 뿌리려는 욕구가 발동하는 것이고, 둘째는 자기의 그것이 한사코 작다고 생각하는 성기 열등감이다.

첫 번째 문제는, 문명적 이성으로 일부일처제를 채택했지만 수컷들의 몸 저 깊은 곳에는 씨를 뿌려야 한다는 본능적 욕구가 면면히 살아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옛날부터 뭐라고 했던가. 열 계집 싫어하는 사내는 없다. 그리고 이렇게 미화시키기도 했다. 영웅호색이라. 또 이런 방어막을 치기도 했다. 배꼽 밑의 일은 입에 올리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어느 유명한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나그네는 쉬어 간 그늘을 기억하지 않는다. 아, 역시 시인다운 묘사가 아닐 수 없다. 그건 애정이 아니다. 그냥 잠시 쉬었을 뿐이다. 그것이 씨뿌리기이다.

개들이 한 다리 들고 찔끔찔끔 오줌을 깔기고 지나간 나무나 전봇대들을 어찌 기억할 것인가. 인간 수컷들의 씨뿌리기도 그와 같은 배설 행위일 뿐이다. 그런데 이 세상의 아내들은 자기 남편의 그 나그네 노릇을 ‘애정 행위’로 확정 짓고, 사생결단하고 덤빈다. 아아, 남자들은 그 그늘이 어느 그늘인지 기억할 수가 없고, 절대 애정행위가 아니라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진실을 말하지만 아내들은 더욱더 펄펄 뛰며 남편들의 가슴을 쥐어뜯다 못해 자기 가슴을 퍽퍽 치다가 까무러치기도 한다. 남편들은 그게 오줌싸기와 비슷한 배설 행위라는 것을 이해시킬 수 없어 답답하고, 아내들은 ‘분명 문제인 것’을 ‘아무것도 아니라고’하는 뻔뻔스러운 거짓말이 분해서 미칠 노릇인 것이다.

남편과 아내 사이의 그 이해할 수 없는 간격, 그 남녀의 차이를 2~3년 전에 비로소 과학의 힘이 명쾌하게 밝혀냈다. 우리 뇌 속에 이성 문제를 관장하는 조직이 있는데, 남성은 이성을 자각하면 곧바로 성적 자극을 일으키는 ‘2단계’ 구조인데 반해, 여성은 이성을 자각하면 그 대상을 관찰?판단하는 과정을 거친 다음 성적 자극의 유무가 결정되는 ‘3단계’ 구조였던 것이다. 여성의 그 두 번째 단계가 문제였다. 그것은 바로 씨뿌리기와 씨받기의 입장 차이를 구분 짓기 위해 자연이 만들어낸 점검?제어 장치였다.

신성한 종족 보존을 위해 강건한 씨를 받아 건강한 새끼를 낳아야 하는 것이 모든 암컷들의 소임이다. 그래서 암컷들은 수컷들의 혈투를 침묵 속에서 지켜보고 있다. 그 침묵의 기다림의 시간, 그때가 바로 남성에게는 없는 ‘두 번째 단계’가 작동되고 있는 중인 것이다. 그 점검을 통해 최후의 승자가 결정되면 암컷들은 그 강건한 DNA 소유자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으며 자기네 몸을 맡기는 것이다. 임신의 노역과 출산의 고통을 기꺼이 감수할 각오와 함께. 그런데 인간들이 일부일처제를 채택했다고 하여 여성들에게서 그 ‘두 번째 단계’가 소멸된 것이 아니었다. 일부일처제는 인간들의 발명품일 뿐이고, 그 ‘두 번째 단계’의 소멸 여부는 자연의 권능에 속하는 것이었다.

대개 남자들은 마음이 급해 허겁지겁 갈팡질팡 정신이 없는데, 여자들은 잦바듬한 자세로 눈을 내립떠보며 몸을 사리듯 꼬리를 감추듯 하는 기미를 보이게 마련이다. 그게 바로 ‘두 번째 단계’의 관찰이고 점검인 것이다. 가만있어 봐……, 너 혹시 허약한 DNA로 나한테 임신시켜 날 헛고생하게 만들거나, 골탕먹이거나, 평생 속 썩이며 살게 하는 것 아니야? 여자들에게 그런 점검 능력을 준 자연의 섭리는 그 얼마나 오묘한가.

남자들의 두 번째 본능적 특성인 성기 열등감도 그 뿌리는 씨뿌리기였다. 씨뿌리기는 두 가지 방법으로 구분된다. 한 가지는 최대한 많은 암컷들에게 뿌려야 하는 횟수의 문제다. 그 횟수를 결정짓는 것이 흔히 말하는 정력이다. 그 정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 저 먼먼 옛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남성 동포들은 그 얼마나 노심초사하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던가. 해구신을 노려 물개들을 인정사정없이 잡아 죽였고, 웅담을 차지하고자 곰들을 닥치는 대로 때려잡았고, 독 오른 가을뱀을 백 마리씩 한꺼번에 고아서 마시기를 서슴지 않았고, 개 그것까지 눈 밝혀 찾아 먹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지금도 소리 소문 없이 제일 잘 팔리는 것이 정력제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변방 속국이라고 해서 한반도의 그 어떤 것도 인정하지 않았던 중국마저도 높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었던 《동의보감》의 허준 선생께서 무겁게 한 말씀하시었다. “남자가 타고나는 정력은 대개 한 되 반 정도이다. 그걸 한평생 나누고 가려 쓰게 되는데, 나이 들어가면서 차츰 정력이 쇠해 가면 그에 따르는 것이 순리인데, 억지로 보약을 먹는다 보신을 한다 하는 것은 오히려 몸을 크게 상하게 되어 천명을 다 누릴 수 없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이 고견을 전혀 듣고 있지 않음이 여실히 입증되고 있다.

비아그라란 그 해괴망측한 물건이 얼마나 잘 팔리면 미국에서 정식 수입이 되고 있는데도 중국산 짝퉁이 그렇게도 줄기차게 밀수가 되고 있는 것일까. 한번 적발될 때마다 수십만 정씩이니. 단속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것은 얼마나 많을 것인가. 비싼 비아그라까지 사먹으며 씨뿌리기에 열중하겠다는 것은 가상하기 그지없는 일이나, 가짜 중국산에 유해 물질이 많이 들어있어서 치명적인 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 하니 그것 참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미국산 정품도 노쇠해져 가는 사나이들에게 심장병 뇌졸중 같은 것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는데 말이다. 기왕 죽을 나이니 그 즐거움 속에서 죽는 것이 곧 천국행 아니겠느냐고 배짱부린다면 허준선생도 입 다물어야 하지만.

그리고 씨뿌리기의 다른 한 가지는 씨를 뿌리되 어떻게 뿌리느냐 하는 방법론이다. 소중한 씨를 뿌리는데 헛되지 않게. 백발백중 생명이 탄생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가장 안전하고 정확한 그 방법은 단 하나, 정자가 난자를 쉽게 만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컷의 그것이 어떠해야 할까? 굳이 잔말 덧붙일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 두 가지 당위가 모든 남자들에게 성기 열등감을 불러일으킨다. 내 것이 남들 것보다 커야 하는데, 혹시 내 것이 더 작은 것은 아닐까. 이런 걱정과 두려움 속에서 이 세상 남자들은 단 한 명도 빼놓지 않고 자기 성기가 작을지도 모른다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한평생 내내 살아간다. 그래서 남자들은 공중목욕탕에 가면 반드시 온갖 눈놀림 다 해가며 남들의 그것을 훔쳐보기에 바쁘다. 그래서 어찌 하자는 것이 아니다. 갓난애들 배냇짓을 하는 것과 다름없는, 스스로도 어쩌지 못하는 그 성기 열등감 또한 여자들로서는 전혀 알 수 없는 남자들만의 비밀이다. 남자들이 월경기 여자들의 감정기복을 전혀 알 수 없고, 출산의 고통을 영원히 알 수 없는 것처럼.

- 『허수아비 춤』(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