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코스모스

“보신탕이오? 그거 아직까지도 먹어요? 그거 절대 먹지 마세요. 암 덩어리고, 화학 물질 덩어리에요.” 전인욱은 목소리만 단호한 것이 아니었다. 일그러질 지경으로 얼굴을 찌뿌린 데다가 고개까지 내젓고 있었다. “암덩어리……?” 허민은 전혀 알아듣지 못할 소리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 참, 몇 년 전에 한 텔레비전 특집 방송을 못 본 모양이군요. 그거 아주 끔찍스러웠어요.” 전인욱은 자리를 고쳐 앉고, 마른 침을 삼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쇠줄로 엮은 개 우리 속에는 예닐곱 마리의 개들이 비좁게 우글거리고 있었다. 그중에서 큰 개들은 다리를 반으로 접어야 할 만큼 우리의 높이도 낮았다. 크기와 무게를 줄여 운반하기 편하게 만든 거였다. 그런데 우리에 갇힌 개들의 모습이 하나같이 이상했다. 개들의 꼬리는 탄력 있게 위로 감겨 올라간 것이 아니고 모두 뒷다리 사이로 감추어져 있었다. 그리고 허리도 쭉 펴지도 못하고 활등처럼 휘어져 있었다. 개들은 무슨 일로 기가 죽거나 겁에 질리면 꼬리가 아래로 처져 내리다 못해 뒷다리 사이로 감추어졌다.

아니나 다를까. 개 우리 앞 시멘트 바닥에서 개 한 마리가 무자비한 몽둥이찜질을 당하며 죽어가고 있었다. 몽둥이를 내려칠 때마다 목이 감긴 개는 발버둥을 치며 찢어지는 비명을 질러댔고, 그때마다 우리에 갇힌 개들은 반대쪽 구석으로 쏠리며 서로 머리를 감추려고 다투었다. 그 개들은 다른 개가 맞아 죽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서 공포에 질려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었다. 개는 가축들 중에서도 가장 영리해 사람의 말을 3백 가지 이상 5백 가지까지 알아듣고 행동하는 짐승이다. 그리고 주인이 야단을 치면서 저녁을 먹이면 다음 날 전혀 소화가 안 된 보리알을 그대로 배설할 만큼 신경이 예민한 짐승이기도 했다. 그런 개들을 비좁은 우리에다 가두고, 바로 그 앞에서 차례로 끌어내 때려죽이고 있으니, 죽음의 공포에 숨 막히고 있는 개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클 것인가.

선진국에서는 소나 돼지를 도살할 때 그 1분 전, 아니 1초 전까지 그것들이 죽을 기미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하게 한다. 긴 컨베이어벨트를 태워 이동시키는 동안 양쪽에서는 따스한 물이 뿜어져 나와 자동 샤워가 되고, 어디선가는 감미로운 음악까지 흘러나온다. 시원하게 샤워를 즐기며 음악에 취해 있다가 어느 순간 덜컹 하면서 소와 돼지들은 목이 잘리는 것이다. 그들은 질 높은 문명을 누리는 사람들이라 소나 돼지들에게까지 그렇게 인간성 좋은 자비를 베푸는 것일까. 전혀 그게 아니다. 그들은 소나 돼지들을 위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순전히 자기네들 건강을 위해서 그런 번잡스러운 일을 한다. 그 짐승들이 전혀 죽음의 공포를 느끼지 않게 해서 스트레스 없게 도살하기 위함이다. 왜냐하면 스트레스 중에 제일 악성의 스트레스가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며 받는 스트레스고, 그런 고통을 당하고 죽은 가축의 고기가 사람에게 여러 가지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고 시달리며 극단의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인 그 개고기들은 어떨 것인가. 혈관 매듭매듭이 맺히고, 근육 부분부분이 경직된 그 고기들은 사람의 몸속에 들어와 보신이 되기는커녕 각종 암을 일으키는 암 덩어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뿐이 아니었다. 혀 빼물고 죽은 개를 처리하는 그 비위생적인 과정은 더욱 문제였다. 휴대용 가스불로 털을 대충 그슬린 다음 배를 갈라 내장을 꺼냈다. 그리고 그 검댕투성이인 고깃덩어리에 무슨 가루를 거침없이 뿌려댔다. 텔레비전 화면은 그 가루 봉지를 클로즈업시켰다. 그건 옷을 세탁할 때 쓰는 강력 세제였다. 그런데 세제를 고깃덩어리에 문질러대던 여자는 그 거품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형식적으로 물을 두어 번 끼얹고는 고깃덩어리를 번쩍 들어 커다란 플라스틱 바구니에 던져 넣었다.

그때 얼굴 안 보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이 먹을 것에 이런 독한 세제를 쓰면 안 되잖아요? 안 그러면 이 검댕이 빨리 씻어지나요. 그래도 이건 사람 몸에 들어가면 절대 안 되는 것인 줄 다 알잖아요. 나만 그러나요 뭐. 다 그러는 걸. 텔레비전은 그 바구니가 바로 자동차에 실려 어디론가 떠나가는 것까지 보여주었다. 멀어져 가는 자동차의 뒷모습에 겹쳐지는 내레이션 한마디 -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도살되는 개가 연간 백만 마리로 추산된다.

“난 그 다음부터 보신탕을 입에 댈 수가 없었어요.” 전인욱은 구역질이 솟는 것 같은 기색을 보였다.

- 『허수아비 춤』(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