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국의 정보통신(IT)산업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고속성장을 해왔으며 반도체와 휴대전화를 필두로 하는 IT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통해 ‘IT 강국’으로 부상해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러나 IT산업의 이러한 눈부신 발전의 이면에는 수많은 문제들이 감추어져 있고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만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시스템 엔지니어인 김인성씨가 저술한 『한국 IT산업의 멸망』은 한국 IT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한국 IT산업이 다시 도약하는데 필요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현재 한국의 IT산업은 과거의 영광에 취한 채 길을 잃은 배처럼 표류하고 있다고 말하며 ‘IT 강국’이라는 허울 뒤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고 폐쇄와 독점으로 얼룩진 IT업계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리고 한국을 진정으로 발전시키는 희망의 씨앗은 열린 인터넷 서비스, 제대로 만든 스마트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스마트TV 속에 있다고 단언한다.

저자는 우선 한국의 인터넷 환경을 폐쇄적인 ‘촌스러움’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폐쇄성으로 인해 외국에서 인기 있는 서비스들이 유독 한국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고, 전자상거래의 이면에는 보안 프로그램을 둘러싼 이권이 얽혀 있다.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은 ‘인터넷 실명제’로 언론의 자유를 통제했고 실명제에 발이 묶인 인터넷 서비스는 해외 진출을 포기했다. 또한 국내 통신사들은 당장의 이익을 위해 순수 국산 원천기술인 ‘와이브로’를 사장시키고, 설비투자에 들어간 비용을 모두 회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입비를 받고 있다. 그리고 스마트TV의 일종인 ‘IPTV’ 사업자들은 HD에 한참 못 미치는 낮은 화질의 영상을 전송하고 있고, 시청자에게 자신들이 제공하는 콘텐츠만 보기를 강요하고 있다. 물론 기업들이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근간에는 IT 산업에 대한 제대로 된 정책도 없이 기업에게 모든 것을 맡겨버린 정부의 책임이 크다.

저자는 오늘날 한국 IT산업에 가장 필요한 것은 ‘개방과 표준’으로 한국 인터넷 서비스가 세계의 표준을 지키고, 이동통신사는 와이브로에 적극 투자하여 새로운 표준을 주도해야 하며, IPTV 사업자들은 망을 개방하고 콘텐츠 제작자와 상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정부는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일부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는 현실을 올바르게 인식하며 기업과 정부가 옳은 길로 가도록 지속적으로 견제해야 한다. 기업, 정부, 소비자의 단합된 노력이 없다면 머지않아 한국 IT산업은 결국은 멸망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