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코스모스

(엔도 슈사쿠 지음/시아출판사/304쪽/10,000원)

내가 젊었을 적에는 주변에 신기한 일들이 꽤 많았다. 당시에는 산에 올라가도 왠지 신성함과 신비감이 느껴졌다. 지금은 우회도로를 통해 쉽게 갈 수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신비감이 줄어들고 신비한 장소라는 개념도 사라졌다. 아이들의 세계에도 점점 소박하고 신비스러운 것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첨단과학이 발달하고 모든 것이 합리적으로 바뀌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생활이나 인생의 이치를 모두 아는 것처럼 착각하고 사는 듯하다. 말하자면 신비감이 없어진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모든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세상의 이치와 신비함을 모두 밝혀내고자 하는 교육을 받는 동안 점차 모든 것이 시들해진 것이다. 표면적인 지식에 의해 인생이나 생활을 이해하려다 보니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모든 것을 아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되고, 그래서 세상사가 시시해지는 것인데, 이제 와서 옛날로 되돌리려고 해도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신비함이 모두 사라져버린 것일까.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가 청년 시절에 느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신비함이 세상의 지식이 발달하면 할수록 그와 비례해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생명과학이나 유전공학 등의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는데, 그 방면의 전문가들과 이야기해보면 깜짝 놀랄 일 투성이다. 생명에 대해서 해명해나가다 보면, 생명의 구조는 고등수학의 방식이 딱 들어맞는 형태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왜 그렇게 딱 들어맞는지는 전문가들조차도 의아해할 뿐이다. 과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신비한 수수께끼는 더욱 깊어가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우주 비행을 한 사람들을 인터뷰한 책인 <우주로부터의 귀환>이 출간되었는데, 그 책에는 꽤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이 책은 우주에서 느낀 과학적 체험이 아니라 우주에서 무엇을 느꼈는가, 그 사람이 어떻게 변했는가 하는 내면적인 체험을 인터뷰하여 정리한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우주에 간 비행사들의 대부분이 절대자를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다. 우주비행사들은 자연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색의 조합을 우주에서 실제로 보게 된다. 암흑의 우주에서 보는 지구의 아름다움, 달에서 바라보는 지구의 삶의 모습을 체험한다. 인간이 지구를 떠나서 달 표면에 선다는 것은 과학의 승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과학의 최첨단에 서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과학을 초월한 여러 가지 신비를 경험한 것이다.

따라서 어중간한 지식으로 인생을, 그리고 인간을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하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인간의 심리나 인생의 처세술에 관한 이야기를 듣거나 책을 통해 알아나가는 것은 좋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통달해버린 것처럼 착각해서는 안 된다. 20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과학이나 철학 분야에서 인간을 초월한 존재를 부정해왔다. 그러나 요즘 들어 그에 대한 의문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과학적으로 계속 파고들다 보니, 인간을 초월한 존재의 훌륭함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한 수학자는 방정식만으로는 석연치 않다고 느낀 뒤 만년에는 종교에 깊이 빠져들었다. 가장 합리적이며 과학적이라고 하는 수학조차도 철저하게 파고들다 보면 인간을 초월한 무언가가 느껴진다. 그러므로 철저히 파고들어 규명하기 전에는 아무 것도 우습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과학적인 사고방식으로 끝까지 파고들다 보면 반드시 종교 문제와 부딪히게 될 것이다. 심리학 분야에서도 과거에는 인간의 심리를 해부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요즘 들어 인간의 심리는 도저히 분석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하고 있다.

분석할 수 없는 것 안에는 어떤 원형이 있다. 일본인이든 유럽인이든 공통된 이미지가 꿈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신화에서도 얼굴을 내밀곤 한다. 프로이트 시대에는 꿈은 분석 가능하다는 확신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분석에도 한계가 있다고 본다. 즉, 지금은 심리분석이라는 과학적인 방법이 불가능해졌다고 할 수 있다. 하면 할수록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모든 과학 분야에서 마찬가지로 봉착한, 종래의 과학체계로부터 벗어난 존재, 이는 인간을 초월한 절대자의 모습이 아닐까.

인생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인생은 심오한 것이다.

- 『회상 : 엔도 슈사쿠의 인생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