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대화를 잠시 멈추고 상쾌한 저녁 공기가 얼굴을 스치고 자신의 긴 옷자락 밑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끼셨을 것이다. 바람이 근처의 나무를 휘감을 때 잎사귀들이 웅얼대는 소리를 들으셨을 지도 모른다. 이윽고 예수님은 바리새인에게 말씀하셨다.

"바람이 임의로 불매 네가 그 소리는 들어도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나니 성령으로 난 사람도 다 그러하니라"(요 3:8).

나는 이 예화를 좋아한다. 아마 그것은 내가 바람을 좋아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여름날 오후 그늘을 넓게 드리운 오래된 단풍나무 아래에서 휴식을 취할 때면 부드럽게 가지를 간지르며 나뭇잎들을 살랑살랑 움직이게 하던 바람을 생각한다. 야영을 할 때 소나무 숲 속에서 윙윙 무서운 소리를 내다가 어느새 솔솔 속삭이는 소리로 변하는 바람을 생각한다. 질풍노도처럼 비로 젖은 들판을 가로질러 몰아치는 11월의 북동풍을 생각한다. 먼데서 꽃향기를 싣고 오는 바람 냄새, 활짝 핀 벚꽃 향기, 짜고 예리한 바닷바람을 생각한다.

예수께서 성령을 바람에 비유하신 것은 참으로 지당하지 않은가! 바람의 본성은 움직임이다. 마찬가지로 성령도 항상 움직이시며 자신의 임재를 알리신다. 만일 이러한 성령이 우리의 삶의 중심에 사신다면 우리는 보고 느끼고 때로 그분의 활동하시는 것의 효과를 냄새 맡거나 들을 것이다. 육안으로는 바람을 볼 수 없지만 나무, 꽃, 파도, 굴뚝의 연기, 연못의 파랑, 파도치는 밀밭, 우리 얼굴을 스치는 감촉을 통해 바람의 움직임을 안다. 마찬가지로 성령께서 우리 안에서 만들어 내시는 성품과 행동, 그리고 안색을 통해 우리는 성령이 우리 안에 살아계심을 알 수 있다. 성령은 언제나 우리 안에서 어떤 일을 하시며 다른 사람들이 관찰할 수 있는 흔적을 남기신다.

그리스도의 영이 당신 안에 있는데 그분의 임재를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성령께서는 거룩한 삶을 낳으신다. 사도 바울은 "오직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니"라고 말한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신선함과 깨끗함이 남는다. 성령께서 당신의 삶을 가득 채우고 능하게 하시도록 허락한다면 다른 이들이 당신에게서 그분의 임재를 볼 것이며 그분의 향기를 깊이 들이마시고는 감사할 것이다.

"너희가 아들이므로 하나님이 그 아들의 영을 우리 마음 가운데 보내사 아빠 아버지라 부르게 하셨느니라"(갈 4:6).

"그러므로 그리스도 안에 무슨 권면이나 사랑에 무슨 위로나 성령의 무슨 교제나 긍휼이나 자비가 있거든 마음을 같이하여 같은 사랑을 가지고 뜻을 합하여 한마음을 품어"(빌 2:1-2).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빌 2:4)

예수님은 구하는 자에게 그분의 성령을 즐거이 주시겠다고 말씀하셨다. 하나님의 영으로 차고 넘치는 것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당신의 삶에서 온 마음을 다하여 새롭게 성령으로 충만하도록 구하기만 하면 된다. 이것은 지금이라도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 『주님과의 친밀한 사귐』중에서
(조니 에릭슨 타다 지음 / 요단 / 151쪽 / 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