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이란 아무 행위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단지 우리 자신의 노력으로 무엇을 해내는 고단함에서 해방된다는 의미입니다. 선교사로 헌신한 지 30년만에 하나님께서 이 의미를 내게 알려 주셨습니다.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주의해라. 네 멍에가 메고 가기 고되고 네 짐이 무겁다면 너는 노선에서 벗어난 것이다. 어서 제자리로 돌아가거라.” 그 후 이것은 내게 아주 훌륭한 잣대가 되어 주었습니다.

인간의 모든 것을 몸소 체휼하신 예수님은 인간의 불완전함을 아셨기에 아버지의 완전함 가운데 거하실 수 있었으며, 긴장된 시간에 자신의 방법으로 상황을 몰아치는 대신 아버지에게 피하는 방법을 아셨습니다. 그래서 주님은 이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마음이 무거운 자들아 내게로 와 쉼을 얻으라.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더 나아가 성경은 안식의 경험을 영과 혼을 구별하는 능력과 연결시킵니다. 내 경험으로 보아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 구별법을 배우지 못해 대단히 혼돈하고 좌절했으며 잘못된 죄책감에 눌려야 했습니다. 현대 심리학은 인간 인성의 하부 개념이 무엇인지 탐구하여 특별한 용어, 예컨대 무의식(subconscious), 원아(id), 초자아(super ego) 등을 탄생시켰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이미 인성에 대해 그 어느 것보다 탁월한 정의와 분석을 내리고 계십니다.

성경에 따르면 인간은 세 부분, 즉 영과 혼과 몸으로 되어 있으며 이 순서대로 중요합니다. 혼과 영의 구분은 매우 미묘하기 때문에, 이것을 강조하기 위해 ‘관절과 골수’라는 비유를 사용하지요. 혼과 영의 관계처럼 관절은 몸의 뼈 구조가 움직이도록 유연성을 주며, 골수는 뼈의 생명과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오직 하나님의 말씀, 즉 성령의 날카로운 검만이 인간의 의식을 깊이 쪼개어 둘을 예리하게 구분해 내고 각각의 역할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성령의 비추심을 통해 우리는 양자의 적절한 기능을 혼동하지 않고 알 수 있으며, 인간의 인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영은 가장 본질적인 의미에서 자아입니다. 혼과 몸은 옷처럼 영을 표현해 내는 겉모습일 뿐입니다. 하나님은 모든 존재들의 근원적인 자아로 ‘스스로 계신 분’이며, 그분의 자아는 영입니다. 모든 인간 자아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았으므로 우리는 영으로 우리 속에 계신 하나님, 곧 우리 ‘아버지의 영’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진정한 자아 되신 하나님의 영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은 몹시 중요합니다. 우리가 ‘나’라고 부를 수 있는 부분은 나의 ‘영’뿐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내 안에서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에고로서, 내 자신과 내 나머지 부분(혼과 몸)을 아는 주체입니다.

자아, 즉 사람의 영은 세 가지 주요한 기능이 있습니다. 즉 마음(heart)과 정신(mind)과 의지(will)입니다. 성경에서 자주 사용되는 ‘마음(heart)'은 사랑의 중심입니다. 사랑이신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받은 인간의 중심에도 사랑이 있습니다. 사랑이 진정한 자아의 근원입니다. “무릇 지킬 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라”(잠 4:23). 타락하여 악한 자에게 연합한 이후 자기중심의 사랑이 되었지만, 다시 은혜로 그리스도에게 연합되면 자신을 내어 주는 하나님의 사랑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영의 두 번째 기능인 ‘정신(mind)'은 이해의 기준이 되는 지식의 중심입니다. “영생은 곧 유일하신 참 하나님과 그의 보내신 자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니이다”(요 17:3). 개념(idea)은 혼의 영역에 속하지만 지식은 영에 속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에 대해 듣고 그에 대해 개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혼에 속한 것으로 영에 속한 그분을 아는 것과는 다릅니다. 인간의 영은 지식의 주체입니다. 하나님의 거룩한 영이신 성령이 은혜로 인간의 영에 연합할 때 우리는 그분의 지식을 나누어 가질 수 있습니다.

영의 세 번째 기능은 ‘의지(will)'입니다. 이 부분은 마음(사랑)과 정신(지식)의 지시를 따라 선택하는 곳입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인간의 영은 행동으로 이동해, 혼과 몸을 통해 자신을 표출합니다. 의지는 우리 운명의 결정자입니다. 만일 그 선택이 하나님께 합당한 것이면, 성령은 우리 영을 다스려 선하고 온전하고 만족할 만한 그분의 의지를 우리 안에서 드러내십니다. 하나님의 의지가 우리의 의지를 통해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러면 혼은 영과 어떻게 다릅니까? 이것은 매우 중요한 논지입니다. 혼은 우리 안에 보이지 않는 영이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입니다. 보이지 않는 영이신 하나님은 그 아들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셨습니다. 그리스도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형상’이요 ‘그 영광의 광채’이십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 관계는 영과 혼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혼은 감정과 이성의 기능을 가집니다. 마음이 사랑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희노애락을 표현하게 하는 ‘감정’과, 정신이 자기의 지식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하는 ‘이성’의 기능입니다. 혼은 우리 자신과 세상 사이를 잇는 매개체입니다. 혼은 영이 세상으로 나가는 통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세상이 영에게 반응하는 것을 전달하는 통로도 됩니다.

우리가 혼과 영을 혼동하면 너무나 쉽게 자기 정죄에 빠질 수 있습니다. 내 감정은 왜 이리도 변화무쌍하며, 내 이성은 왜 이리도 수시로 의심하는가?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닐까? 그러나 이것은 공연히 자신을 들볶는 것입니다. 혼이 느끼는 감정들에는 허상이 있으며, 의심은 믿음의 촉진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 영이 성령과 연합되면 나는 변함없으신 그리스도와 함께 거하여 그리스도의 마음과 그리스도의 정신을 갖습니다. 믿음 속에서 흔들리지 않습니다.

나는 혼이 아닙니다. 나는 영입니다. 혼이 주는 것들에 속아서는 안됩니다. 우리의 진정한 의지도 우리의 영이 있는 곳에 있습니다.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로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빌 2:13). 소원을 두는 주체가 ‘우리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럴 수 없습니다. 우리는 자아를 스스로 포기할 수 없습니다. 다만 믿음으로, 우리 안에 계신 하나님이 그분의 의지대로 소원을 두실 것과 당신을 이끄실 것을 확인하며 안식을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 『제한받지 않으시는 하나님』 중에서
(노만 그럽 지음/두란노/246쪽/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