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림길』
윌리엄 폴 영 지음 / 세계사

인간의 영혼은 죽음 이후에도 그 성장을 멈추지 않는가? 하버드 리저브의 정신분석 전문의 스캇 펙 박사는 임사체험을 했던 80여 명의 사람들과 심리상담을 하면서 얻은 결론을 『저 하늘에서도 이 땅에서처럼』이라는 소설을 통해 은유적으로 소개한 바 있다. 최근 우연히 그 책을 읽으며 과연 인간의 영적 성장은 사후까지 연결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갈림길』이라는 책 또한 임사경험을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환타지 문학의 형식을 빌어 풀어내고 있다. 무자비한 성공 가도를 달리던 40대의 사업가 앤서니 스펜서, 냉철한 판단력으로 오직 성공으로 향하는 길만 선택해온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지주막하 출혈과 전두엽 종양으로 혼수상태에 빠지고 그의 앞에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는 수많은 갈림길 앞에서 앤서니는 끊임없는 선택의 시간을 겪으며 비틀리고 황폐한 자신의 내면세계를 만나게 된다. 그곳에 머물고 있던 중년의 예수, 인디언 할머니의 모습을 한 성령은 "죽어가는 단 하나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선택의 기회"를 그에게 주고 여행을 떠날 것을 제안한다. 이후 그가 겪는 갖가지 사건들이 내면의 치유 과정과 맞물리면서 전개되는 이 소설은 ‘죽음이란 흙에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라고 여겨왔던 앤서니 스펜서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죽음 이후, 영혼은 어디로 가는가?" 같은 인간의 본질적 의문을 주제로 한 책은 이미 어거스틴을 비롯해 단테, 밀턴, 스베덴보리 그리고 지난 세기의 C. S. 루이스의 작품들이 있어왔고, 다른 종교들에서도 다루어 온 주제다. 물론 이에 대한 입장은 독자들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지만, 계속해서 이런 류의 책들이 등장하는 것은 인간 영혼의 진실에 직면하고 싶은 보편적 갈망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진실을 통해 "가치 있는 선택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대명제를 풀고자 하는 것이다.

진실을 구한다면 언젠가는 평화를 얻으리라.
평화를 구한다면 평화도, 진실도 얻지 못하리라.
아첨과 희망 사항만으로 시작한다면
모두 절망으로 끝나니라.

C. S. 루이스의 인용문으로 끝맺는 이 책은 영혼의 진실을 탐색하는 21세기 판타지 문학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 작품이다. 저자인 윌리엄 폴 영은 전작인 『오두막』에서도 스릴 넘치는 환타지를 통해 독자들을, 마음 속 가장 대면하고 싶지 않은 저마다의 ‘오두막’으로 불러 낸 바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우리 모두를 갈림길 앞에 서도록 하여 돌아보고 싶지 않은 자신의 모습에 직면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봄바람과 같은 치유와 회복을 경험하도록 돕고 있다.

- 북코스모스 대표 최종옥 ceo@bookcosm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