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대인 창의성의 비밀』
홍익희 지음 / 행성비

올해도 유대인들이 노벨상을 휩쓸었다. 현재 유대인은 전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하지만, 역대 노벨상 수상자 중 유대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22%에 이른다. 32년 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재직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유대인들의 활약상을 지켜보았던 홍익희는 최근 저술한 『유대인 창의성의 비밀』을 통해 유대인의 창의성과 그 탁월한 저력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밝히고 있다.

저자는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유대인들이 보여주는 창의성의 실제적인 사례와 실체를 살피고 이스라엘이 어떻게 창조경제 강국이 되었는지 그 역사적 전개 과정을 추적함으로써 최근 창조경제가 화두가 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위정자들과 기업인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각 산업별로 보면 구글의 래리 페이지를 비롯하여 실리콘밸리의 주도 세력들 대부분이 모두 유대인이다. 한 마디로 유대인 없이는 IT 세상을 논할 수 없을 정도다. 끊임없는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영화계 역시 스티븐 스필버그를 비롯한 감독뿐만 아니라 메릴 스트립, 폴 뉴먼 등의 배우들 그리고 유명한 제작자들 역시 유대인들이다. 그밖에도 유통업, 관광업계에도 유대인들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저자는 유대인들의 이러한 창의성의 근원을 가정과 배움에서 찾고 있다. 유대인들이 믿는 유대교는 가정 중심의 종교로 생활 곳곳에 종교가 생활화되어 있다. 특히 유대인의 저녁 식사 시간은 온 가족이 하느님께 예배와 감사를 드리며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고 반성하는 시간이다. 또한 사람은 일생 동안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유대교의 기본적인 믿음이다. 자녀들에게는 ‘남보다 뛰어나라’는 요구를 하지 않는 대신 ‘남과 다른 사람이 되라’고 주문한다. 유대인들은 고대로부터 온갖 수난을 당하면서도 이러한 믿음과 민족성을 잃지 않고 살아남았다. 따라서 유대인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유대인들에게 사업자금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무이자대부협회는 실패한 창업자에게 3번까지 기회를 준다. 동족 간에 시스템으로 창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렇듯 유대인들은 그들 스스로 수직적, 수평적 생태계를 꾸려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4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군은 컴퓨터로 제어되는 첨단 무기 개발에 주력하게 되고 소프트웨어 개발과 인재양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를 계기로 이스라엘군의 중앙 컴퓨터 처리 부대 출신들은 산업계의 핵심적인 위치에서 이스라엘 하이테크 선구자들로 활약하게 되었다. 이스라엘 벤처는 이 같은 토양 위에서 수많은 창업의 싹을 틔울 수 있었다. 이스라엘 신생 벤처는 내수 시장 규모가 작아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전략을 써야 했다. 그러나 벤처는 수익 모델이 취약해 초기부터 글로벌화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1992년 ‘요즈마 펀드’라는 정부 벤처 펀드에 사활을 걸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요즈마 펀드가 시작된 지 4년 만에 이스라엘 내 벤처 캐피탈 규모는 8억 달러로 늘어났고 200개 이상의 신생 벤처 기업들이 자금을 지원받았다. 요즈마 펀드를 통해 투자자들을 유치한 이스라엘 정부의 벤처 캐피탈 산업 육성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 북코스모스 대표 최종옥 ceo@bookcosm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