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를 뒤흔든 경제대통령들』
유재수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세계은행에서 선임 금융시장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유재수 박사가 저술한 『세계를 뒤흔든 경제대통령들』은 프랑스의 루이16세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에 큰 획을 그은 경제정책과 그 정책을 결정한 18인의 생애를 통해 빈곤에서 벗어나 강대국으로 부상하려는 세계의 많은 정책 결정자들의 고민과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바닥이 난 프랑스의 왕실 재정을 개혁함으로써 금융의 연금술사로 일컬어진 자크 네케르, 신생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구축한 알렉산더 해밀턴과 앨버트 갤러틴, 시베리아 횡단철도 건설을 통해 러시아의 산업화를 추진한 세르게이 비테, 귀족들의 불로소득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빈곤과의 전쟁을 벌여 복지국가 영국의 초석을 구축한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웅이지만 재무장관 시절 금본위제로의 복귀를 결정함으로써 훗날 대공황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윈스턴 처칠, 패전국 오스트리아의 재무장관으로서 혁신적인 기업 활동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무너진 금융시스템을 재정비하려고 노력했지만 지지기반의 부족으로 7개월만에 퇴진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경제학자로 성공을 거둔 조지프 슘페터, 초인플레이션을 잡고 경제를 안정시켰으며 조국의 부흥을 위해 히틀러와 손잡은 나치 독일의 경제 사령탑 할마르 샤흐트, 대폭적인 감세를 추진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고 세수를 확대하여 훗날 공급주의 경제학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지만 한편으로 대공황을 초래한 주범으로 낙인찍힌 미국의 앤드류 멜런,

대공황으로부터 일본을 구해내 ‘일본의 케인스’로 불린 다카하시 고레키요, 그밖에 규제의 천국 인도에 자유경제 바람을 일으켜 인도의 덩샤오핑으로 불린 만모한 싱, 중국의 WTO 가입을 추진하고 국가자본주의를 탄생시킨 중국 경제의 황제 주룽지, 브라질에 먼저 자본주의를 하고 그 다음에 사회주의를 하겠다며 우파정책을 실행해나간 좌파 대통령 룰라 다 실바, 체게바라를 추종하던 혁명투사에서 변신하여 20년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제정책을 이끌어온 트레버 마누엘, ‘어젠다 2010’으로 독일경제를 개혁함으로써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 속에서도 독일이 전 유럽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든 독일 경제 개혁의 선구자 게르하르트 슈뢰더,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위기에 강한 캐나다 금융 시스템의 설계자 폴 마틴 등.

이들의 궤적에서 보듯이 당대에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인기를 누린 경제정책 결정자들도 그의 성공요인이 훗날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기존의 명성에 금이 간 경우도 있고, 반대로 미래를 내다보고 개혁을 추진했지만 반발에 부딪쳐 당대에는 쫓겨났다가 훗날 재평가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경제정책은 특정 시점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시간의 흐름 속에 존재한다. 프랑스 혁명의 배경, 신생 독립국 미국의 성장사, 제 1, 2차 세계대전을 둘러싼 전쟁 배상금과 전비 마련 노력 등 근현대사에 있어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주요 사건들을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읽어나갈 수 있다.

- 북코스모스 대표 최종옥 ceo@bookcosm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