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대한민국의 오월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로 몸살을 앓았다. 밤마다 광화문 거리를 밝히는 촛불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우리나라 축산업계와 식육산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겪어야 될 고통과 미국산 쇠고기뿐만 아니라 ‘모든 고기를 먹지 말자’라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나라 축산업계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영양불균형이 초래되기 때문에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고기는 억울하다!
비만의 주범, 콜레스테롤 증가, 성인병의 원인 등은 우리사회에 알려진 ‘고기’에 대한 대표적인 이미지이다. 고기가 건강에 나쁜 식품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 설령 고기가 건강에 나쁘지 않다고 믿더라도 건강에 좋은 식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과연 고기는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대로 건강에 해로운 음식일까?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겨먹는 음식 1위가 불고기와 삼겹살이며, 이 음식은 외국인들도 선호하여 점점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걸까?

경상대 축산학과 주선태 교수는 『필로교수의 고기예찬』을 통해 ‘고기’야말로 건강한 장수를 위한 최고의 음식이라고 말한다. 여태껏 비만과 성인병 등의 주범으로 인식되어온 고기가 장수의 방법이라니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도 있다. 주 교수는 무엇보다 먼저 고기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된 이유가 비만한 미국의 영양학이 한국의 현실과는 맞지 않게 여과 없이 그대로 우리나라에 옮겨왔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인구의 1인당 1년 고기 섭취량은 약 120kg에 비해 한국인의 섭취량은 약 30kg에 불과하니 고기를 주식으로 먹는 미국에서는 당연히 고기가 비만의 주범이 되지만 한국에서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섭취하는 고기의 양은 세계 최고의 장수국인 일본에 비해 2/3 정도이고,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도 적은 수준이다.

고기의 단백질은 하늘이 내린 선물
고기는 약 75%의 수분을 제외하면 약 20% 이상의 단백질로 구성되기 때문에 고단백질 식품으로 분류된다. 고기 속에 들어 있는 양질의 동물성 단백질은 콩이나 쌀의 식물성 단백질과 비교하여 인체에 꼭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이 균형 있게 들어 있기 때문에 고기를 먹으면 각종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진다. 더구나 고기의 단백질은 아미노산의 조성이 우리 인체 속 아미노산의 조성과 흡사하여 식물성 단백질에 비해 쉽게 소화되고 흡수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고기를 구성하고 있는 육단백질을 양질의 단백질이라 하는데, 이 양질의 단백질은 체내 면역기능을 높여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공격을 막아내 감염증 질병에 걸리지 않게 한다.

고기의 장점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뇌혈관 장애의 감소이다. 소위 중풍으로 더 알려진 뇌졸중이나 뇌혈관증성 치매 같은 뇌혈관 장애로 인한 질환은 오랫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원인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동물성 단백질의 섭취가 충분해진 근래에는 뇌혈관 질환이 사망원인 1위의 자리에서 물러났고 암이 사망원인 1위가 되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동물성 단백질의 충분한 공급은 뇌혈관 장애를 감소시킨다는 것인데, 이는 양질의 단백질이 혈관벽을 튼튼하게 만드는 것과 연관이 있다. 혈관을 튼튼하게 유지하여 동맥경화, 고혈압, 뇌졸중 등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각종 감염증에 대한 면역력도 강화된다.

고기를 먹어야 오래 살 수 있다
영양가가 우수한 단백질의 고기를 도대체 하루에 얼마나 먹어야 할까? 영양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단백질의 양은 성인남자는 약 70g, 성인여자는 약 60g이라고 한다. 만약 이것을 한 가지 식품으로만 충족시키려 한다면 쌀은 1되(2리터), 식빵은 3.3kg, 우유는 3리터, 계란은 10개를 먹어야 하지만 고기는 약 500g 정도만 먹어도 충분하다. 건강을 위한 소고기의 일일 적정 섭취량은 남자는 180g~250g, 여자는 102g~150g이다. 소고기는 단백질뿐만 아니라 아연, 철, 나이신을 공급하고 리보프라빈, 티아민, 레티놀, 나트륨, 칼슘, 마그네슘과 또 다른 비타민들을 제공하는 훌륭한 공급원이다.

건강하고 맛있게 고기를 먹는 방법
육색에 따라 고기의 연도나 맛에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축종 간에 더욱 두드러지는데, 적색인 소고기가 분홍색인 돼지고기보다 질기며 백색육인 닭고기가 가장 연하다. 건강한 사람의 피부가 탄력적이고 피부의 결도 부드러운 것처럼 좋은 고기도 표면이 탄력적이고 결도 부드럽다. 또한 가축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근섬유의 수가 줄어들고 결합조직의 막도 질겨서 고기의 결이 거칠어지며, 수컷의 근육이 암컷보다 결이 거친 고기를 생산한다. 그래서 송아지 고기가 늙은 소고기보다, 또 암소고기가 황소고기보다 훨씬 부드럽고 연하다. 고기의 결이 거친 것은 가열처리하면 단단하고 질겨지므로 이러한 고기를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찜이나 탕과 같은 장시간의 고온고압의 조리가 필요하다. 반면 고기의 결이 부드러운 것은 장시간 열처리를 받으면 수분의 손실이 많고 단백질이 서로 엉겨 붙어 퍽퍽해지고 질겨질 수 있다. 이런 고기는 살짝 구워 먹거나 샤브샤브같이 살짝 데쳐 먹어야 부드러운 고기의 맛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 『필로교수의 고기예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