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인물연구사』를 보면 월남 이상재 선생이 말씀을 통해 어떻게 한국 교회의 위대한 신앙의 선조가 되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월남 이상재 선생은 정부 전복을 음모했다는 개혁당 사건에 연루되어 1902년 6월 한성 감옥에 투옥되었다. 독방 생활을 하던 선생은 어느 날 너무 무료해서 독방 구석구석을 살폈는데 마루 틈바구니에서 착착 접혀 있는 종이쪽지를 발견했다. 그것은 성경의 마태복음 5장 38절부터 48절까지 기록된 복음서의 찢어진 조각이었다. 그 쪽지에 적혀 있던 말씀은 이상재 선생을 기독교 신앙에 바탕을 둔 무저항 비폭력의 민족운동을 주도하는 위대한 선각자로 바꾸어 놓았다.
다음은 <한국교회 인물연구사> 6권에 나오는 이야기다.

-또 하신 말씀을 너희가 들었나니 눈은 눈으로 갚고 이는 이로 갚으라 하였으나 오직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사람을 대적하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까지 돌려대며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이같이 한즉 너희가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니 대개 하나님이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추게 하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주시느니라 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면 무슨 상급이 있으리요 세리도 이같이 아니하느냐 그러므로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온전하심과 같이 너희도 온전하라-

선생은 쪽지를 읽고 픽 웃었다. 선생은 “좋기는 좋으나 안 될 소리!”라며 혼잣말로 중얼거리고는 종이 조각을 도로 접어서 마루 틈바구니에 다시 끼워 놓았다. 하지만 그 후로도 선생은 심심하면 그 쪽지를 또 꺼내서 읽곤 했다. 그리고 픽 웃고는 또 꽂아 놓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읽으면 읽을수록 그 말씀이 새롭고 좋아지더라는 것이다. 선생은 “탁상공론이야. 그것은 실행 불가능해!”하고 생각을 돌렸지만 쪽지의 내용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남아 선생을 일깨웠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선생은 심심하면 꺼내 읽고, 다시 끼워 두고 이렇게 하기를 열 번도 더하게 되니 그 성구가 머릿속에 기억되고, 이젠 마음으로 파고들었다. “하나님의 말씀이 살아 움직이는구나!” 결국 선생은 이 진리의 말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선생은 전에도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과 상종하여 그리스도의 진리를 듣기는 들었으나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는데, 살아 있는 하나님의 말씀은 선생을 감화시켜 옥중에서 그리스도를 구주로 믿게 한 것이다.

“나는 그 쪽지에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내가 예수를 믿게 된 것이 여생을 뜻 깊게 살게 했습니다.”
이것이 선생의 후일 고백이었다.

우리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있다면 그것은 말씀 앞에 마음의 옷깃을 여미고, 말씀 속에서 우리의 영혼이 일어서서 하나님을 만날 때가 아닐까? 우리가 말씀 앞에 엎드리는 시간은 우리 영혼이 하나님 앞에 일어서는 시간이다.

말씀을 읽고 영혼이 일깨움을 받는 대로 따랐던 사람이 또 있었으니, 한국에 복음이 처음 들어왔을 때 강화읍에 살던 김씨 부인이다. 80세의 고령으로 가족도 친척도 없이 종 하나만을 부리며 살던 김씨 부인은 성경을 읽다가 말씀 속에서 주인은 오직 한 분, 하나님뿐이며 우리 모두는 한 형제자매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느 날 김씨 부인은 교회 식구들과 자신의 종 복섬이를 불러 놓고 모두 앞에서 종 문서를 불태웠다. 그리고 “이제부터 너를 내 종으로 알지 아니하고 딸로 아노라”고 선언했다.

이것이 말씀 앞에 일어서는 사람의 모습이다. 그리고 이처럼 말씀 앞에 영혼의 옷깃을 여미고 일어서는 사람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순간을 사는 사람이라 하겠다.

- 『능력의 실체를 경험하는 신동행기』 중에서
(오정현 지음 / 두란노 / 390쪽 / 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