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코스모스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속하기 위하여 화목제물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라”(요일 4:10).

십자가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우리를 있는 모습 그대로, 아무런 조건 없이 절대적으로 사랑하신 하나님의 사랑이다. 그러므로 “십자가로 돌아간다”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용서와 회복을 넘치게 공급받는 장소로 돌아감을 뜻한다. 만일 그 자리로 돌아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우리는 오랫동안 죄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하나님은 죄의 지배 속에 있는 인간을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하시려고 수없이 엄중한 징계를 내리셨다. 그러나 모두 소용없는 일이 되었다. 그들은 끈질기게 깨지려고 하지 않았으며 잘못을 책임지고 하나님께 돌아오려 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마침내 하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인간이 깨지려 하지 않는다면 내가 깨지리라. 인간이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면, 내가 책임을 지리라.”

이것이 바로 십자가에서 일어난 일이며, 책임을 지신 분은 그리스도로 오신 하나님이셨다. 십자가 아닌 다른 어떤 방법도 인간을 하나님께 돌아오게 할 수 없었다. 인간이 깨지고, 녹고, 완전하게 되는 것은 그들이 진정한 십자가의 모습을, 즉 그들이 져야 할 책임을 대신 지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그때 비로소 인간은 이렇게 외친다.

“오 나의 하나님, 그곳은 제가 있어야 할 자리입니다. 잘못을 저지른 것은 하나님이 아닌 바로 저입니다! 책임은 제게 있으며 하나님께는 사랑이 있을 뿐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이처럼 인간을 하나님과 화목하게 할 뿐 아니라 인간과 인간을 화목하게 하는데, 특별히 남편과 아내의 화해에서 그러하다. 부부의 문제는 그것이 어떻게 시작되든 곧바로 단 하나의 요소인 ‘누구 잘못인가’의 문제로 축소된다. 책임 전가와 상호 비난으로 그들 사이에는 긴장이 조성되고 다정한 대화가 사라진다. 이들은 어느 쪽도 깨지려 하지 않으며,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다음 단계로 둘 중 한 사람이 변호사를 찾아가고 이혼 법정에 서게 된다. 자녀의 행복 때문에 이혼할 생각을 잠시 접어보지만, 보통 그것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서 극적으로 둘 중 한 사람이 예수님의 십자가를 새롭게 보는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해보자.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던 그 사람 눈에 들어온 것은, 영원토록 전적으로 올바르신 분이 전적으로 잘못한 인간이 되셔서 마치 그분이 죄인인 것처럼 죄인들 사이에서 죽어가는 모습이다. 그러니 그 앞에서 즉시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십자가 아래서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우리가 옳다고 말하지만, 그분이 전적으로 옳으셨던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전적으로 옳을까? 처음에는 상대방이 잘못했을 수도 있지만, 그 잘못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 전적으로 잘못되지 않았을까? 분노, 쓴 뿌리, 말, 증오. 그런 것들은 잘못이 아니었을까?

이제 십자가를 새롭게 바라보고 깨어진 사람이 상대방에게 간다. 그런데 비난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를 비난하면서 상대방에게 자신의 죄와 행동을 용서해줄 것을 청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전에는 서로 비난하던 그들이 서로 용서하며 예수님의 십자가 앞에서 화해하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리고 오래전에 창문 밖으로 흘러나간 서로에 대한 사랑이 돌아오기 시작하는데, 그것도 아주 넘칠 정도로 돌아오기 시작한다. 그들은 다시 하나가 된다.

물론 이것은 상대방을 회개하게 하려는 전략이 아니다. 성령만이 그 사람을 감동하게 하고 설득하여 고개를 숙이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성령은 그 무엇보다 당신의 깨어짐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상대방이 십자가로 나올 것을 기다리지 말고 당신이 먼저 십자가로 나오라!

비록 상대방이 그 자리에 뒤따라 나아오지 않을지라도, 당신은 그 문제에서 죄 씻음을 받았다는 것과 하나님과 화평을 누리게 되었다는 기쁨을 맛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가족 상담을 하면서 거듭 발견하게 되는 것은, 달라진 당신의 태도 때문에 두 사람과 자녀의 마음에서 예수님의 십자가가 진정으로 승리하는 모습이며, 놀랍게 회복된 또 하나의 가정이 하나님께 감사의 찬송을 올려드리는 모습이다.

- 『더 깊은 회개』 중에서
(로이 헷숀 지음 / CLC / 200쪽 / 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