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욱 지음/홍익출판사/254쪽/9,500원)

오늘날 우리는 많은 정보와 지식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고 특정 현상에 대해서 사회 각층에서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이러한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서로의 입장과 다양성을 이해하고자 할 때 우리 사회는 보다 아름답고 성숙한 열린 사회로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철학자인 박영욱 교수가 저술한 <고정관념을 깨는 8가지 질문>은 우리들 대다수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8가지 질문을 통해 일상 생활에서 직면하게 되는 곤란한 상황들을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들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가 이들 질문들을 이끌어내기 위해 도입한 에피소드들 중 한 가지를 들어보자.

당신은 상가 집에서 학창시절의 단짝을 만났다. 그 친구는 얼마 전 실직을 하여 어렵게 살고 있었다. 상가 집에서 약간의 음주가 있어 당신은 차를 놔두고 왔지만 그 친구는 차를 가지고 가겠다고 우겨서 결국 그 친구의 차를 얻어타게 되었다. 그런데 어두운 밤길에 갑자기 뭔가가 차 앞으로 나타났고 "쿵" 소리와 함께 차가 멈춰섰다. 차를 내려 살펴보니 한 노파가 쓰러져 있었고 얼핏 보기에도 사망한 것이 틀림 없었다. 친구는 자신이 감옥에 가면 가족들은 당장 살아갈 길이 막막할 것이라며 신고하지 말아달라고 애원했다. 이때 당신은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아마도 당신의 머리 속에서는 수많은 생각과 관념들이 교차하며 친구와의 의리, 건전한 시민으로서의 신고 의무 사이에서 어느 것이 정상이고, 어느 것이 비정상인가하는 양자택일의 갈등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친구에게 강요하기보다는 차라리 철저한 방관자가 되어 친구로 하여금 자신의 선택이 가져올 결과들을 곰곰이 따져 보길 권하도록 저자는 충고하고 있다. 친구가 식구들을 부양해야 할 의무도 문제지만 사고를 당한 노파나 그 가족들이 겪게 될 아픔도 고려하고, 앞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가 대해 냉철히 판단할 수 있게 놔두라는 것이다.

정상과 비정상을 도식적으로 확고하게 구분해놓고 그것에 억지로 맞추려 할 경우 진정한 창조성이나 다양성은 사라지고 만다. 더욱이 사람들은 자신들이 정상이라고 믿는 것에서 약간이라도 이탈하게 될 경우 스스로에 대해 불안해 하며 자신을 얽매게 된다. 우리는 그간 획일화된 교육을 통해서 이미 사회적 도덕적으로 확고하게 고착된, 정상과 비정상 간의 구분을 받아들이도록 강요되어 왔다. 유치원에서부터 미리 그려진 선안에 색칠을 하도록 훈련받아 왔고, 일체의 다양성이나 창의성을 허용하지 않는 이러한 훈련들은 우리들로 하여금 잘못된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도록 이끌어왔다. 그리고 우리는 내가 배운 것, 내가 아는 것만이 진리이며 일체의 일탈도 쉽사리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확고한 진리를 갖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판단도 얼마든지 나름대로의 타당성이 있다는 마음 속의 빈 공간을 열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는 저자의 말은 우리 모두가 마음 깊이 새겨야 할 경구이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