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멘셜 지음/에코리브르/352쪽/15,000원)

오늘날 우리는 엄청난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여 있다. 9.11 테러의 악몽이 우리의 기억 속에 아직도 생생한 데 불과 며칠전 런던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또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불황과 경기침체를 이야기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일반 대중들은 수많은 소문과 암시로 인해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쉽다. 특히 오늘날은 인터넷을 비롯한 과학기술의 놀라운 발달로 소문은 빛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전달되어 군중들의 두려움과 망상을 부추긴다.

월스트리트 투자계의 전설적인 인물이자 뉴욕공공도서관 및 프린트턴고등연구소 등 10여개 이사회에 몸담고, 투자자문과 자선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로버트 멘셀이 저술한 ‘시장의 유혹, 광기의 덫’은 네델란드를 휩쓴 튤립 투기 광풍이나 좁은 공간에서 화재가 일어났을 때 공포에 휩싸인 군중들이 초래한 비극적 결과 등을 통해 군중의 광기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를 방지하지 못했을 때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1903년 12월 30일 시카고 이로쿼이 극장에서 화재가 일어났을 때 타오르는 불길로 인해 실내에 있던 대다수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여 마치 가축떼처럼 출구를 향해 몰려들었다. 불길은 금세 잡혔지만 불과 8분만에 6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들 대다수는 불에 타죽은 것이 아니라 사람 더미에 깔려 압사 또는 질식사하고 말았던 것이다.

우리 인간은 종종 떼를 지어 움직이는 가축이 되곤 한다. 우리를 가축처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두려움과 공포, 히틀러와 같은 선동가뿐만 아니라 때로는 우리들 자신의 끝없는 탐욕일 수도 있다. 한 때 벤처붐을 타고 쏟아져 나왔던 수많은 닷컴기업들이 토대가 된 ‘신경제’라는 환상의 문을 연 것 역시 멍청한 생각에 멍청한 돈이 더해지면서 일으킨 상승작용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모든 거품 시장은 일란성 쌍둥이처럼 애널리스트들이 내뱉는 전망과 소문 그리고 암시를 매개로 서서히 투기 기운이 일어난다. 그리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며 장밋빛으로 채색된 군중심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러다 정점에 이르면 어느새 공황심리가 자리잡고 비상구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한다. 튤립 투기와 같은 광풍은 탐욕과 공포가 군중의 본성으로 남아 있는 한 시대를 초월하여 계속될 것이다.

40년을 군중의 광기에 대해 연구해온 저자는 개인으로서 우리들이 바랄 수 있는 최선은 무리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질서를 유지하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요즈음 사회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에 휩싸여 있고 많은 사람들이 과연 이 내리막에 끝이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안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이 세상 무엇이든 언제나 끝은 있다’는 것이다. ‘개인으로 존재할 때는 누군나 웬만큼 이성적이고 분별이 있지만 군중의 일원이 되는 순간 바보가 되고 만다’는 격언을 되새기며 필요 이상으로 두려움에 휩싸일 필요도 없고 탐욕으로 인한 장밋빛 환상에 자신을 송두리째 내던져서도 안될 것이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