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지음/부키/240 쪽/9,800원)

오늘날 한국 경제를 놓고 혹자는 한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하고, 혹자는 한국 경제가 매우 높은 성장잠재력과 국제경쟁력을 보유하고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소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크게 다르다보니 일반 국민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물론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시대에 한 나라의 경제를 어느 한 측면만 보고 위기다 또는 잘나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다양한 경제주체들의 이해가 얽히고 이들이 각자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한국 경제는 실로 난마처럼 얽혀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장하준 박사와 정승일 국민대 교수가 이처럼 난마처럼 얽혀 있는 한국경제의 주요 사안에 대해 나눈 격정 대화를 전직 시사종합월간지 ‘말’의 이종태 전임 편집장이 짜임새 있게 엮은 ‘쾌도난마 한국경제’는 우리에게 한국 경제를 볼 수 있는 명쾌한 시각과 탁월한 통찰력을 제시한다.

두 사람은 우선 우리의 과거를 재조명함으로써 오늘날 현실 경제를 분석하고 나름대로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오늘날까지도 많은 논란이 일고 있는 박정희의 개발 독재에 대해서는 당시 우리 나라 경제 현실을 고려할 때 박정희식의 적극적이고 목표 지향적인 방식의 경제 개발이 불가피했으며 그 과정에서의 착취와 저임금 구조가 야기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재벌 문제에 대해서도, 재벌이 외세를 등에 업고 독재자들과 야합해서 민중을 착취했다는 많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기술도, 자원도, 자본도 없는 당시 우리의 경제 현실에서 산업의 고도화와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하며 재벌을 백안시하는 태도나 소액주주 운동으로 상징되는 영미식 주주 자본주의의 도입은 오히려 대립과 갈등만을 증폭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스웨덴처럼 재벌 시스템을 일정부분 인정해주는 대신 재벌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역할을 끌어내는 대타협을 이루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라고 강조한다.

장하준, 정승일 두 사람은 오늘날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저성장, 저투자, 고용불안의 문제는 IMF의 위기를 겪은 후 추진해온 개혁 과정에서 한국 경제가 신자유주의적 구조를 맹목적으로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본래 신자유주의적 경제 체제는 금융자본을 위한 시스템으로 저성장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선진국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우리 나라 입장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하준 박사는 이처럼 재벌 체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하고 때로는 노조편을 들기도 하는 탓에 혹자는 그를 ‘극좌 민족주의자’라고 말하고, 혹자는 ‘극우파’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그 어느쪽도 아니다. 그는 당면한 문제에 대해 최상의 합리적인 평가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할 뿐이다. 오늘날의 현실 경제는 너무도 복잡하기 때문에 어느 한 가지 이론이나 사고의 틀로 이해하고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장하준 박사 역시 현재 참여정부의 개혁 세력를 신자유주의적 우파로 규정하고 이러한 사고의 틀에서 정부의 정책들에 대해 비판하고 있으나, 다양한 경제주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정책 당국자들의 입장을 고려할 때 이 또한 한쪽으로 치우진 감이 없지 않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