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탭스콧, 데이비드 티콜 지음/김영사/552쪽/19,900원)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기업들은 많은 사실을 기밀로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정부와 언론이 기업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대신해 감시인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정치권과 언론은 감시인으로서의 사명을 망각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기업과 밀실 거래를 해왔다. 최근 언론사 사주가 정치권과 기업의 다리가 되어 검은돈을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던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이러한 유착관계가 실제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져왔음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그로 인해 시민단체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언론과 정부의 역할에 회의를 품고 스스로 감시자의 역할을 담당해오고 있다. 특히 오늘날은 인터넷 등의 발달로 모든 사람들이 손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고 또한 노출된 정보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전세계에 전파되고 있다. 결국 오늘날의 기업들은 발가벗겨져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투명한 경영이 요구된다.

미국 최고의 경영 컨설턴트로 각광을 받고 있는 돈 탭스콧과 미래의 새로운 흐름을 예리하게 읽어내는 데이비드 티콜은 최근 공동 저술한 ‘투명경영’에서 오늘날 기업들에게 있어서 투명경영은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2002년 기업에 대한 신뢰성 위기로 엔론, 월드컴, 제록스, JP모건 등 미국의 거대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져 내렸다. 심지어 경영의 대가 잭웰치와 홈패션의 대명사로 각광을 받던 마샤 스튜어트의 명성도 막을 내리고 말았다. 이 모든 것이 기업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그 결과 미 의회가 사베인스 옥슬리 법을 제정하는 등 각종 기업지배구조 개혁안이 쏟아져 나왔다.

투명성이란 한 마디로 특정기관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에 대해 그들이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들은 근시안적인 시각 또는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여 이러한 정보의 공개를 꺼리거나 거짓 정보를 흘려 결국은 파국을 초래하곤 한다. 신뢰성을 상실한 대표적 기업이라 할 수 있는 엔론은 수많은 거짓 정보를 흘리면서 겉으로는 투명성을 추구하는 것으로 가장했고 주주들은 철저하게 소외되어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저자들은 열린사회를 지향하는 21세기의 기업들은 투명경영의 새로운 흐름을 인식하고 과거의 폐쇄적 경영에서 벗어나 정도경영을 실천하는 개방형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 실질적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새로운 기업윤리는 최고경영진의 리더십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바람직한 지배구조와 투명성은 결코 비용이나 부담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케 한다는 인식을 모든 구성원들이 공유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개방형 기업의 모범사례로 소개하고 있는 세계적인 제약회사 노보노르디스크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투명경영과 정도경영은 결국 기업을 더욱 성장발전시키고 지속가능하게 해주는 핵심 비결인 것이다. 이제 우리는 투명성의 시대에 들어섰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투명성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이루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투명한 관계 그리고 신뢰의 구축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더욱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