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국 지음/후마니타스/398쪽/15,000원)

꽤 오래 전부터 ‘세계화’라는 단어가 우리 주변에서 커다란 화두가 되었고 알게 모르게 우리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쳐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세계화가 인류의 미래를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 아니면 암울한 상황으로 몰고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경제학자와 같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고 따라서 일반인 대다수는 극단을 달리는 찬반 양론 속에서 혼돈에 휩싸여 있다.

일본 리츠메이칸 대학교 경제학부 대학원의 이강국 교수가 저술한 ‘다보스, 포르투 알레그레 그리고 서울’은 이처럼 논란의 여지가 많은 세계화의 배경과 의미 그리고 이를 둘러싼 논쟁과 한국 경제와의 연관 관계를 총체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경제적 의미에서 ‘세계화’란 상품시장과 금융시장의 전세계적 통합을 통해 무역과 자본이동이 세계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현실을 말한다. 세계화의 두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제무역과 금융세계화는 더 넓은 시장과 국제 경쟁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국제적 자본이동의 발전을 통해 투자를 증대시키고 효율성을 상승시킴으로써 결국 개도국의 경제성장을 촉진시킨다는 것이 세계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이에 반해 세계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세계화가 개도국의 노동자를 착취하고 아동노동을 심화시키며 결국 빈곤의 악순화과 선·후진국간의 격차를 더욱 확대시키고 나아가 환경까지도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찬반 양론은 세계의 정치 지도자들이 한데 모이는 세계경제포럼이 개최되는 스위스의 다보스와 반세계화를 외치는 세계시민들이 세계사회포럼으로 함께 모이는 브라질의 포르투 알레그레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멀어 보인다. 때로는 성장의 기회로 찬사를 받고 때로는 빈곤의 덫이라고 비판받기도 하는 세계화는 과연 날개 달린 천사인가, 아니면 뿔 달린 괴물인가.

한 마디로 오늘날 세계화는 무조건 선이며 개방과 자유화가 축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과도한 낙관론과 세계화는 거대한 재앙이라는 과도한 비관론이 평행선처럼 대립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극단적인 주장은 양쪽 모두 세계화의 한 쪽면만을 과장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세계화에 대해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우선 세계화라는 경제적 현상에 대해 정의하고 그 배경을 살핀 뒤, 세계화라는 변화가 70년대 초 이후 자본주의 경제의 심각한 위기와 1980년대 이후 전개된 이른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대두와 맥을 같이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세계화가 그 지지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근거가 그다지 탄탄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한편으로 세계화가 개도국 노동자들에게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 역시 과도하게 지나친 점이 없지 않음을 보여준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고 있듯이 세계화가 경제성장, 빈곤, 국가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무척이나 복잡하며 우리들의 삶에 미치는 함의도 결코 간단하지 않다. 결국 세계화는 그 자체로는 축복도 재앙도 아니다. 지도층 및 개도국의 빈민층 모두를 포함한 전 세계 시민들이 진정 정의로운 세계화를 위해 협력할 때 세계는 보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