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디 로린 외 지음 / 예문 / 231쪽 / 12,500원)

최근 도요타 자동차 리콜 사태 관련 보도들이 연일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 최고의 혁신 기업으로 손꼽히며 수많은 기업의 우상이자 벤치마킹 대상이 돼왔던 도요타가 세계 자동차 업계 정상에 오른 지 3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사실 모든 기업은 예외 없이 위기에 직면한다. 그리고 위기를 극복하는 기업은 생존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세계 최대의 항공우주기업 보잉 역시 2000년대 초반 치열한 경쟁과 합병에 따른 내부 갈등 그리고 9·11사태 이후 강화된 시장 압력 등으로 인해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그 상황에서 보잉은 10년전 C-17 화물 수송기 글로브마스터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배웠던 교훈을 떠올렸고 이 교훈을 전체 사업장으로 확대 전파함으로써 놀라운 속도로 위기를 극복하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었다.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학 교수를 역임한 신디 로린과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의 최고운영책임자를 지낸 크레이그 모닝스타는 공동으로 저술한 ‘루돌프 이펙트’를 통해 보잉의 위기 탈출 원동력이 된 C-17 프로그램의 혁신 사례를 중심으로 유능한 인재의 발굴과 종업원들의 자발적인 참여 및 몰입을 가능케 하는 인간 중심의 기업문화가 기업의 지속 성장을 가능케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저자들은 크리스마스 캐럴 ‘루돌프 사슴코’의 주인공인 빨간 코 사슴 루돌프처럼 엄청난 잠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 내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소위 흙속에 묻혀 있는 진주 같은 사람들을 ‘루돌프’라고 지칭한다. 저자들은 어느 조직에나 이와 같은 루돌프가 존재하며 이들을 발굴해내고 이들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함으로써 기업은 변화와 혁신을 지속해나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1992년 보잉의 C-17 화물 수송기는 수준 미달의 품질, 높은 원가, 납품 기일 지연 등으로 인해 초기 주문이 120대에서 40대로 감소될 조짐을 보여 프로그램 자체가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 경영진은 C-17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해서는 기존의 잘못된 사고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사고로 나아가는 ‘사고의 일대 전환’이 이뤄져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를 위해 보잉은 전체 구성원들이 현재 당면한 위기를 인식하고 과거 자신들이 얼마나 잘못 생각해왔는지를 반성함과 동시에 한편으로 조직 내에 묻혀 있는 루돌프를 발굴하고 육성함으로써 그들의 새로운 사고와 행동이 조직 전체에 유포되도록 했다.

이러한 사고의 전환을 통해 그 동안 서로 반목하고 적대시하던 조직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화합하고 협력하는 조직으로 바뀌었고 오래지 않아 C-17은 품질 향상과 납기 준수, 원가 절감 등 탁월한 성과를 이루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고객들로부터 인정받으면서 주문량이 늘어났고 1998년에는 말콤 볼드리지 국가품질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C-17 프로그램의 핵심은 제품이나 프로세스 단기적인 개선이 아니라 인재를 발굴·육성하고 구성원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하고 배려하며 합당한 보상을 하는 등 사람 중심의 기업문화 구축에 있다.

사실 도요타의 최근 불행은 구조적으로 이미 오래 전부터 잉태되고 있었다. 효율성과 프로세스에 치중하는 도요타의 전반적인 기업문화는 사람 중심의 문화라기보다는 종업원이나 하청업체들을 강압하고 통제하는 수직적 문화로 거기에는 인간에 대한 배려가 실종돼 있다. 사람을 중심에 놓지 않는 기업문화는 결국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ceo@bookcosm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