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의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며 세계 각국은 또 다시 ‘블랙 스완’의 대두 가능성에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18세기 호주에서 발견된 검은 백조로 인해 ‘백조는 희다’는 기존의 경험법칙이 무너진 것처럼 블랙 스완은 발생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일단 발생하면 파급효과가 큰 사건을 가리킨다.

월가의 증권분석가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그의 저서 『블랙 스완』에서 경고한 대로 2008년 미국식 금융자본주의는 사상 최대의 위기를 겪었다. 블랙 스완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있는 월스트리트와 미국 정부를 향해 탈레브는 『블랙 스완에 대비하라』를 통해 블랙 스완의 위험에 대해 다시 한 번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블랙 스완에 대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한다.

탈레브는 세상을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희박한 사건이 발생하는 극단의 왕국이고 다른 하나는 평범의 왕국이다. 평범의 왕국에서는 한 사람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적다. 예를 들어 전 세계에서 1천 명의 사람을 모아놓고 체중을 잴 때 가장 뚱뚱한 사람을 포함시키더라도 이 사람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똑같이 1천 명을 대상으로 체중이 아니라 부를 기준으로 할 때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한 사람이 추가되면 이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100%에 달한다. 이것이 바로 극단의 왕국이고 이 부분에서 블랙 스완의 파급효과가 크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 세계 상장기업의 0.25%도 안 되는 기업들이 시가총액의 절반을 차지하고, 0.1%도 안 되는 위험이 절반 이상의 피해와 손실을 초래한다. 그리고 이런 일이 2008년 미국 금융계에서 일어났다.

그렇다면 이러한 블랙 스완에 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탈레브는 수십억 년을 생존해온 시스템인 대자연에서 배우라고 강조한다. 첫째, 대자연은 중복을 선호한다. 인간의 신체는 두 개의 눈, 두 개의 폐, 두 개의 신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중복은 보험과 같다. 단순한 최적화를 선호하는 경제학자들은 이것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둘째, 대자연은 너무 큰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기업이 커질수록 효율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외적인 우발 사건에 더 취약하다. 셋째, 대자연은 과도한 연결과 지구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거대한 것들은 작은 것들을 희생시키면서 커진다.

탈레브는 대자연이 주는 이러한 교훈을 외면함으로써 붕괴를 초래한 금융가들과 위정자들을 향해 “무너질 필요가 있는 것은 스스로 무너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기존 경제학계를 하찮은 존재로 만들고, 차입매수를 금지하고, 은행가들을 본래의 자리로 돌려놓고, 불확실한 세계에서 항해하는 방법을 시민들에게 가르쳐 주어야 한다”고 날카로운 독설을 내뱉는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우리의 경제생활은 생태계와 비슷하게 되어 기업 규모는 작아지고, 투기적 차입이 없는 세계, 은행가들이 아니라 기업가들이 위험을 감수하는 세계, 그 결과 보다 풍요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