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C. 메이 지음/김명철 옮김/청림출판/277쪽/12,000원)


한 70대 여성고객은 평생 알레르기를 모르고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천식 증상이 생겼다고 내게 연락을 해왔다. 그녀는 커다란 강아지 두 마리를 길렀는데, 이 녀석들은 그리 잘 훈련되지 않아서 때때로 바닥에 깔려 있는 하얀 카펫 위에 실례를 했다. 그래서 그녀는 카펫을 "자주" 세탁했다.

하지만 이것이 도리어 피부 자극이나 개 분비물 같은 영양소를 습기에 장시간 반복 노출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 카펫은 곰팡이와 박테리아의 천국이었으며, 거실의 공기 샘플을 조사한 결과 먼지 미립자의 약 30%가 카펫에서 자라는 미생물들과 관련이 있었다.

집을 사려던 어떤 사람은 가격 절충을 마치고 집 조사를 하던 중 지하실에서 역겨운 냄새를 감지하고는 내게 도움을 청했다. 그 대저택에 도착해 집 앞에 주차를 하면서 마당에 두 마리의 개가 뛰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집 밖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과 그의 부인을 만난 뒤 함께 집안으로 들어갔는데, 그 집은 완벽히 내장이 된 지하실을 갖춘 대저택이었다. 마호가니 패널로 치장한 벽과 오크 쪽모이 세공을 한 마루가 깔린 지하에는 당구대가 놓인 방도 있었다. 그런데 바에 있는 선반 위를 보니 한 상자분의 방향제 분무기용 리필 용기가 눈에 띄는 것이 아닌가!

손전등 불빛을 비추어 바닥을 보니 오크나무로 된 바닥의 무늬가 뒤틀리고 불어 있었으며, 방안에는 동물의 소변에서 나는 악취가 풍기고 있었다. 나는 전류 흐름에 대한 저항을 재는 습도 측정기를 이용해서 바닥 목재를 체크했다. 특정 결과 저항은 눈금에 나타나지도 않을 정도였다. 저항은 목재의 수분 함유량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나무가 젖어 있을수록, 저항이 적을수록 전기 전도성은 커진다. 또한 목재에 소금기가 많으면 마른 목재도 마치 젖어 있는 것처럼 전도성이 커진다.

그날의 습도가 높기는 했지만, 전기 전도성이 높게 나타난 이유는 목재의 습도가 높았기 때문이 아니라 동물의 오줌에서 나온 소금이 목재에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밖으로 나와 그 집을 사려는 사람에게 이를 설명하고는 악취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는 고풍스런 나무 바닥을 완전히 뜯어내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러니 만일 집안에서 개를 기르고 있다면 대소변을 확실히 가릴 수 있도록 훈련을 시켜야 한다.

- 『집이 아프면 온 가족이 아프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