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이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부엌에서 과자 한 봉지를 챙겨 텔레비전 앞으로 다가간다. 시계를 보니 곧 있으면 저녁 시간, 하지만 아이는 간식을 말리는 엄마의 잔소리에도 ‘딱 하나만’ 하고는 이내 뜯어 맛있게 입에 넣는다. 때마침 엄마의 시선이 닿은 곳에 신문이 있다. ‘내 아이를 해치는 맛있는 유혹 트랜스지방.’ 엄마는 신문 머리기사를 보며 오늘도 근심에 빠진다.

정확히 무엇인지는 몰라도 트랜스지방이라는 말은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트랜스지방은 불포화 지방산의 하나로 비만 및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최근에는 맥도날드와 같은 패스트푸드 점에서 트랜스지방의 과다 함유로 인해 그 심각성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후 각 식품회사들은 저마다 웰빙과 함께 ‘無 트랜스지방’ 제품을 줄지어 내놓기도 했다. 그럼 이처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트랜스지방은 우리 생활 속 어디에 있는 것일까?

우선 책은 좋은 기름일수록 가열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기름이란 가열되는 순간 우리를 배신한다는 것이다. 기름을 가열하게 되면 그 속에 들어 있던 유익한 물질들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기 때문이다. 대신 그 자리에는 해로운 물질들이 들어서는데 그림 같은 집이 화마에 휩싸여 일순간에 흉가로 변한 꼴이다. 흉가는 보금자리가 될 수 없듯, 가열된 지방은 영양분의 역할을 할 수 없다. 그런 지방은 더 이상 지방이 아니다. 그것은 차라리 ‘독극물’이다.

삼겹살을 먹을 때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자연계에서조차 쉽게 분해되지 않는 트랜스지방은 마치 플라스틱과 같다고 책은 전하는데, 이는 ‘돼지와 같은 가축의 몸에서도 트랜스지방산이 발견된다’는 사실과 함께 우리의 심경을 긁는다. 그 비밀은 사료에 있다. 트랜스지방산이 인체에서 대사가 되지 않듯, 가축의 몸에서도 대사가 되지 않는다. 대사가 되지 못한 트랜스지방산은 분변으로 토양에 그대로 배출되지만, 토양 속의 미생물들도 트랜스지방산을 분해하지 못한다. 플라스틱을 잘 분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트랜스지방산 범벅인 쇼트닝이나 마가린이 여간해서 잘 변질되지 않는 것이 그 방증이다.

토양으로 흘러 들어온 트랜스지방산은 상당 기간 잔류한다. 그중 일부는 식물 체내로 흡수된다. 그것이 식물체 지방의 일원이 된다. 그 트랜스지방산은 다시 인체 또는 가축의 몸으로 들어간다. 이 가설이 ‘트랜스지방산이 생태계에서 순환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검증하고, 삼겹살에도 트랜스지방이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그런데 인체는 왜 트랜스지방산을 싫어하는가? 낯설기 때문이다. 채집이나 수렵 생활 속에서 수백만 년 동안 진화해온 인체는 트랜스지방산과 같은 인공물질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 이런 낯선 물질과 만나면 인체 세포의 DNA는 혼선을 일으킨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자주 발생하면 세포의 생명 활동에 이상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한 이상 현상이 누적되면 병리 문제로 발전한다. 그 종착역이 바로 생활습관병이다.

이처럼 지방은 ‘양날의 칼’이다. 좋은 지방은 우리 몸을 지켜주지만 나쁜 지방은 우리 몸을 해친다. 트랜스지방산을 비롯한 유해물질들이 진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해로운 물질들은 정제당이나 첨가물과 함께 있을 때 더욱 주의해야 한다. 발톱이 더 날카로워지기 때문이다.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의 저자 안병수 소장의 최신작 『내 아이를 해치는 맛있는 유혹 트랜스지방』은 이렇듯 과자를 비롯한 일상 속에 숨어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의 비만을 조장하는 트랜스 지방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가 평소 궁금해 했던 트랜스지방을 일상 속의 음식을 통해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풀어내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평소 콜레스테롤에 관심이 많은 성인이나 소아비만이 걱정인 아이, 부모 모두에게 건강한 정보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