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경험한 것들을 말하는 데에서 이 글을 시작하려 합니다. 나는 영국 교회의 목사, 출판사의 책임자, 넓은 교구를 책임지는 교구장 등 많은 일을 감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인도의 교육받은 상류계층, 소위 인텔리를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선교를 할 때 가장 쉬운 방법을 택했고, 그것은 낮은 계층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인도에서 일상적인 일을 하면서, 힌두교와 이슬람의 지도자들이 많이 모이는 인도의 마을회관에서 성서수업도 하고 공부모임도 가졌습니다. 저녁에 테니스를 치고 나면, 우리는 둘러앉아 어두워질 때까지 <신약성서>를 공부하면서 영적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하루는 정부의 고위관리인 힌두교인이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왜 당신네들은 낮은 계층한테만 가서 전도를 하셨나요? 왜 우리들한테는 전도하지 않았지요?”

“당신들이 우리를 원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실수했군요. 당신들이 올바른 방식으로 우리에게 오기만 한다면, 우린 당신들을 원합니다.”

그 후 매 순간 나는 그 올바른 방식을 찾고자 노력했고, 8년 동안의 사역 끝에 그 올바른 방식은 다름 아닌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스도인이란 용어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물론 나는 ‘기독교’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기독교(Christianity)란 용어는 성서에도 없지 않습니까. 내가 ‘기독교’를 사용할 경우에는, 오로지 ‘그리스도’를 의미할 때입니다.

그러나 이런 ‘올바른 일’을 할 만한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러자면 인도 전체를 휩쓸고 있는 민족주의의 흐름 가운데, 그리스도를 그 상황에 맞게 해석해야 했습니다. 가슴 아프지만 나는 그럴 만큼 현명하지도, 성령으로 충만하지도 않았습니다. 게다가 막중한 책임감으로 당시 나의 몸은 기력이 다 쇠해 있었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사역을 계속한 연유로 번번이 의식을 잃곤 했습니다.

만약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다면 지금의 선교 사역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돌아가서 농사를 지으며 건강을 회복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때가 내 인생의 암흑기였지요. 그런데 릭나우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했을 때였습니다. 기도 중, 나 자신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는데 한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내가 너에게 준 사명을 수행할 준비가 되었느냐?”

“아닙니다. 주여, 저는 이제 끝났습니다. 저는 벼랑 끝에 있습니다.”

이렇게 대답하자, 다시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네가 아무 걱정 하지 않고 나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면, 내가 모든 것을 알아서 하겠다.”

곧바로 나는 대답했습니다.

“주여,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자 마음에 고요한 평화가 넘쳤습니다. 이제 고통이 끝나가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생명이, 아주 풍요로운 생명이 차고 넘쳐흘렀습니다. 그날 밤 조용히 집으로 오는데, 마음이 어찌나 들뜨던지 걸으면서 몸이 공중에 둥둥 뜨는 기분이었습니다. 걸음걸음 닿는 곳마다 성스러운 땅이었습니다. 마치 예수님이 인도의 길을 나와 함께 걷고 계시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나는 내 몸이 있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했습니다. 전혀 피곤하지 않았으며, 나에게 생명과 평화와 안식이 가득 차 있는 듯했습니다. 내 몸과 마음과 정신에 새로운 생명이 불어넣어진 것 같았습니다. 내 생명은 완전히 새로운 단계에 올랐습니다. 그것을 위해 내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단지 주신 것을 받은 것밖에는.

나는 이 경험을 통해 나의 방법을 발견했으며, 그 방법은 인도에서 1920년대 초반부터 마하트마 간디, 타고르와 함께 아슈람 운동에 참여하는 동안, 그리고 인도에서 사역하는 평생 동안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그 방법은 다름 아닌 ‘주님의 도우심’이었습니다.

- 『인도의 길을 걷고 있는 예수』 중에서
(스탠리 존스 지음 / iN크리스토 / 400쪽 / 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