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 골드렛 지음/동양문고/2003년 10월/304쪽/12,000원)

경영 소설 『더 골』을 기억하는가. 생산성 악화로 인해 공장 폐쇄의 위기를 맞은 주인공 알렉스가 3개월 간의 유예기간 동안 수익 체계를 대폭 개선시킴으로써 공장을 살리는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세계적인 경영혁신 이론가인 엘리 골드렛 박사가 저술한 이 소설은 수많은 미국의 경영자들이 읽고 제약이론(TOC:Theory of Constraints)을 자사에 도입함으로써 전통적인 굴뚝산업의 경영혁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지난해 초 이 책이 국내에 출간되었을 때, 한국에서는 한창 IT 기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가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하고 무너져 가던 시기였기 때문인지 외국에서만큼 폭발적인 인기는 끌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출간된 그의 『신기술 도입의 함정』은 TOC가 굴뚝산업의 경영혁신뿐만 아니라 IT 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앞서 출간된 저자의 저술들과 마찬가지로 소설 형식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이 책의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세계적인 ERP(전사적 자원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인 BGSoft의 CEO인 스코트 던컨은 회사를 창업한 이후 경이적인 성장을 이루어왔다. 하지만 ERP 시스템의 주고객인 대기업 시장이 점차 잠식되는 위기를 맞게 된다. 재고감소를 위해 대기업들이 BGSoft의 ERP를 도입했지만 오히려 재고는 더욱 증가하여 이익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자 이제 BGSoft는 그 이유를 어떻게 발견하고, 생존하기 위해 어떤 움직임을 보여야 할까.

저자는 지인이 설립하고 성공적인 경영 실적을 보이고 있는 실제 소프트웨어 회사와 IT 산업에 대한 분석을 통해 컴퓨터 시스템 업계 전체가 마치 벽을 향해 치닫고 있는 고속열차와 같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연 40%씩 성장하는 데 익숙해 있고, 오로지 경쟁자 이기기와 성장에만 초점을 맞춘 IT 기업들은 파산의 위험이 크고, 이로 인해 다른 회사들도 줄줄이 도산하는 연쇄반응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IT 기업들이 경이적인 성장률과 막대한 이익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과감한 변화와 앞으로 닥쳐올 위기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IT 기업들이 다음의 질문에 정확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 컴퓨터 시스템 기술의 진정한 힘은 무엇인가. 둘째, 이 기술이 어떤 한계를 줄여주는가. 셋째, 한계를 수용하도록 하는 규칙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넷째, 지금부터 사용되어야 할 규칙은 어떤 것인가. 다섯째, 규칙을 바꾸기 위해서는 컴퓨터 기술에서는 어떠한 변화가 있어야 하는가. 여섯째, 어떻게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컴퓨터 시스템을 개발하고 판매한 뒤 사후 관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불협화음과 위기, 갈등을 해결하여 경쟁우위를 확립하는 과정을 그린 이 소설을 통해 IT 기업의 경영혁신 과정을 살펴보라. IT 강국이라는 한국적 상황에서 흥미로운 책이지 않을 수 없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