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게 가장 불미스러우면서도 정당한 집단적 행위는 다름아닌‘전쟁’이다. 어떤 의미에서라도 전쟁은 정당화될 수 없지만, 주관적으로는 가장 정당한 집단적 행위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인류는 전쟁을 통해 문화를 파괴하고 동시에 문화를 발전시킨 야누스적인 역사를 가지고 있다. 전쟁을 나타내는 영어로는 war > battle > combat 등이 있는데, war는‘두 나라 이상의 장기적인 전면전’을, battle은‘특정 지역에서 벌어지는 두 군대 이상의 국지전’을, combat는‘소규모의 국지전’을 가리킨다.

War는 1066년 영국을 정복한 노르만인들이 고프랑스어의 방언 werre에서 차용해 온 단어이다. werre는 게르만조어 wers(혼란시키다)에서 비롯된 고지독일어 Werra(혼란, 불화)와 같은 어원을 갖고 있다. 이 Werra에서 영어 worse(보다 나쁜)가 파생되었기 때문에 war와 worse는 뿌리가 같다. 노르만인들이 war를 들여오기 이전에도 고대영어로 winnan(싸우다)이라는 동사에서 생긴 winn(싸움)이 있었지만 13세기 후반에 폐어가 되고 말았다. 그 후 이 단어는 win(이기다, 승리 = victory)이라는 단어로 잔재를 남겼다.

이처럼 war가 고프랑스어에서 비롯되었지만 정작 현대 프랑스어에서는 형태가 전혀 다른 guerre로 변했다. 파리를 중심으로 한 중부 프랑스에서 guise(방식, 방법)의 어원이 wisa이듯이 w가 g로 변했기 때문에 영어와 다른 형태를 취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노르만의 고프랑스어에서 비롯된 영어와 중부 프랑스어에서 들어온 영어는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warrant(근거, 보증), ward(감시, 후견), wage(임금), reward(보수, 보상)은 전자에서, guarantee(보증, 담보), guard(경계, 감시인), gage(저당물, 도전장), regard(관심, 주의, 존중)은 후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밖에도 guerre와 같은 계통의 스페인어 guerrilla(게릴라, 작은전쟁)는 1815년‘워털루 전투’에서 나폴레옹 군대를 격파한 영국의 웰링턴 공작(Duke of Wellington, 1769∼1852)이 1809년 처음 영어로 들여온 단어이다. 그는 전투 중에 숲 속에서도 덤불 사이를 쉽게 다닐 수 있도록 무릎까지 오는 긴 부츠, 즉‘웰링턴 부츠(Wellington boots, Wellingtons)’를 고안해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 The war to end war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제1차 세계대전 당시 구호)
- War of nerves 신경전
- White war 무혈전쟁(경제 전쟁)

- 『영어잡학사전』 중에서
(김대웅 지음 / 노마드 / 452쪽 / 22,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