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가고 이제 곧 새해가 다가온다. 벌써부터 각 분야에서 내년도 전망을 비롯한 다양한 예측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불확실성은 증폭되고 변화의 속도는 가일층 빨라지고 있는 오늘날 사람들은 미래에 대해 더욱 불안을 느끼고 있다. 그리하여 점술가들의 예언이나 소위 전문가들의 예측에 의지해 나름대로 불안을 떨치고 미래에 대비하고자 한다. 그러나 미래를 예언하거나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내놓는 예측들은 동전 던지기나 어림짐작의 확률보다 더 나을 게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남아공월드컵 내내 화제가 되었던 족집게 문어는 축구 전문가들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경영 컨설턴트인 윌리엄 A 서든이 저술한 ‘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을 파는 사람들’은 전문가의 예측들 대부분이 믿을 수 없는 것이며 이러한 불완전한 예측에 의지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때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미래를 알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을 반영해 오늘날 예측산업은 경제, 과학, 초자연적 현상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수천억 달러 규모로, 수십만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경제학자, 주식전문가, 인구통계학자, 기상학자 등 많은 전문가는 과학적 방법으로 도출했다는 셀 수 없는 예측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리고 개인이나 기업 그리고 국가는 이들에게 상당한 돈을 지불하고 이러한 예측들을 토대로 중요한 전략이나 정책들을 결정한다. 문제는 이러한 예측들이 우연의 일치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하지 않으며 그로 인해 오히려 엄청난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예측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경우도 있다. 수천명의 예측가들이 수천개의 예언을 쏟아낼 경우 어느 시점에서는 누군가의 예언이 극적으로 들어맞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처럼 수많은 예언 중에서 어떤 것이 맞는 것인지를 골라내야만 한다. 그리고 운 좋게 한 번은 맞춘 예측가들 대다수가 곧바로 터무니없이 틀린 예언을 쏟아내면서 유명세를 단 15분도 누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로마시대의 점술가는 신전에 제물로 바친 동물의 배를 갈라 내장을 살펴보고 황제에게 언제 적의 침입을 예언했다고 한다. 저자는 오늘날 전문가들이 아무리 발달한 과학기술을 이용한다해도 그들의 예측 능력은 점술가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의 예측은 왜 틀릴 수밖에 없는 것일까. 최근까지도 과학자들은 세계를 결정론적 사고로 바라봤다. “역사는 특정한 패턴을 따르고 그 패턴은 발견될 수 있으며 미래의 사건을 예측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현대 과학은 카오스와 복잡계 이론을 통해 과거의 그 어떤 패턴도 미래와 관련된 뚜렷한 실마리를 남기지 않아 결국 미래란 예측할 수 없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또한 우리가 갖는 ‘상황적 선입견’이 미래를 예측하는 장애물로 작용한다. 즉 현재의 상황에 사로잡혀 생각하는 경향 때문에 미래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1987년 증시 붕괴 이후 많은 전문가는 경제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상당 기간에 걸쳐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고 해서 미래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성공은 미래의 정보 중 어떤 것을 믿고 따르는가에 상당 부분 좌우된다. 따라서 수없이 쏟아지는 오류투성이의 예측들 가운데 위험의 신호나 기회의 단서 등을 담고 있는 값진 정보들을 골라내는 지혜를 발휘할 것을 저자는 당부하고 있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ceo@bookcosm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