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비롯해 우리를 두렵고 놀라게 했던 사건들도 많았지만 올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르게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7대 수출 강국의 반열에 오르는 가슴 뿌듯한 성과를 이루어냈다. 이는 우리 기업들이 무한 경쟁의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제고와 시장 확보를 위해 쏟은 부단한 노력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국내 기업들의 해외 시장 개척과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노력해온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기여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1962년 무역진흥과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설립된 KOTRA는 현재 전 세계 72개국에 사무실을 운영하며 현지 소식과 정보를 수집, 분석해 가장 먼저 지구촌 시장변화를 감별하고 이를 신속하게 전달함으로써 우리 기업들의 해외시장 개척의 선봉 역할을 하고 있다. KOTRA의 22개국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발로 뛰며 직접 체험한 정보를 담고 있는 ‘크로스마켓’은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읽고 이를 토대로 미래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하고 있다.

미래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글로벌화로 인해 서로 다른 시장들이 융합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트렌드를 남보다 먼저 발견해야 한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기존의 트렌드 분석이 국가 중심 혹은 제품 중심으로 접근하는 메가트렌드 분석 중심이었다면 이 책에서는 제시하는 크로스 마켓의 개념은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시장들이 영향을 주고받음으로써 발생하는 이질적인 성격의 시장이다. 이러한 새로운 시장을 7가지 크로스 마켓(Cross Markek)의 개념, 즉 △서로 다른 관념 △산업 △문화 △세대 △국가 △역사 △에티켓 간의 교차 현상을 통해 소개한다.


관념에서는 상식을 뛰어넘는 시장 트렌드를 소개한다. 그 동안 종교적 이유로 음주(飮酒)가 엄격하게 금지되었던 이슬람 국가인 이집트에서 맥주 산업이 유망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수입맥주에 대한 관세율이 1200%에 달하고 있어 아직은 맥주 자체의 수출보다는 관련 기계류 및 시설 등의 수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산업간 융합 역시 미래의 새로운 시장이다. 카메라 필름 제조 회사였던 후지필림은 디지털 카메라의 확산으로 기존의 필름 제조 사업이 위기에 직면하자 70년간 축적해온 필름 제조 기술을 활용하여 노화방지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고 화장품 회사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음식 문화도 글로벌 시대를 맞아 융합 현상을 보이고 있다. 멕시코 음식인 타코에 김치와 불고기를 얹은 제공하는 한국식 포장마차 타코 트럭은 다문화 도시인 로스앤젤레스에서 대성공을 거두어 한국 문화의 경쟁력을 입증해보였다.

세대간 교차에 있어서도 이제 실버 세대로 접어들고 있는 미국의 베이비부머들이 그 동안 젊은 세대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던 소셜네트워킹에 흠뻑 빠져들고 있다. 기업들은 베이비부머들을 대상으로 소셜네트워킹을 통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화장을 하고 치마를 입는 일본 남자들, 빨간 장미꽃을 좋아하는 러시아인들 등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모르는 여러 나라들의 독특한 소비 트렌드를 읽는 것 역시 미래시장을 개척하는 열쇠다. 이 밖에도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그곳의 역사를 이해하고 원활한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그곳의 에티켓을 이해해야만 한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ceo@bookcosm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