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경제성장률과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슈퍼파워로 부상한 중국의 위상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이처럼 눈부신 겉모습의 이면에는 극심한 빈부격차와 부정부패 등을 비롯해 수많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양심 있는 경제학자’로 불리는 랑셴핑 교수는 최근 저술한 ‘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을 통해 중국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지적하며 이 문제들이야말로 중국은 물론 세계 경제의 ‘시한폭탄’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중국인의 삶은 왜 고달픈가? 중국의 기업은 왜 힘든가? 중국의 환경은 왜 열악한가? 국제무대에서 중국은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는가? 그리고 의료·교육·부동산의 3대 개혁은 왜 난항을 겪고 있는가? 등 5개 분야로 나누어 중국이 당면한 16가지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2위, 세계 최고의 외환보유국인 중국의 1인당 GDP는 고작 4210달러에 불과하다. GDP에서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유럽과 미국이 평균 55%, 호주·한국 등은 40%대다. 그러나 중국은 겨우 8% 정도다. 시간당 평균 임금도 미국이 22달러인데 비해 중국은 0.8달러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결국 중국은 부자이지만 중국인들은 가난하다.

저자는 중국인이 가난한 이유를 유럽과 미국의 착취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애플은 아이팟으로 엄청난 돈을 벌지만 애플의 중국 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 팍스콘은 아이팟 한 대당 1달러를 벌고 있다. 이는 전체 수익의 1%도 안 되는 수치다. 이처럼 중국 제조업체는 가격 결정권이 없다. 원자재 가격은 월스트리트(금융자본)가 결정하고 제품의 판매 가격은 애플 같은 미국의 산업자본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통해 원자재와 가격 결정권을 장악한 후 중국에서 상품을 제조함으로써 중국의 환경을 파괴하고 자원을 낭비할 뿐 아니라 노동력까지 착취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팍스콘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열악한 근무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또 다시 투신자살했다. 벌써 13명째다. 저자는 팍스콘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군대식 경영 시스템은 결국 미국의 애플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애플은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팍스콘의 이익을 쥐어짰고 이러한 애플의 요구에 맞추어 팍스콘은 비용을 줄이고 이윤을 얻기 위해 직원들이 허리 한 번 굽힐 틈도 없이 작업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에서는 중국의 기업들 역시 힘들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이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요구함으로써 미·중간 환율전쟁이 전개되었다. 저자는 미국이 중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높은 수준의 위안화 절상을 요구한 진짜 의도는 바로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에 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미국은 자국의 수출 증대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국에 신에너지 시장의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은 신에너지 초기 연구비용을 중국에 떠넘길 심산이다. 결국 신에너지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이나 유해물질은 중국에 떠넘기고 미국은 최종 이익만을 챙긴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제약업체와 의사의 유착을 근절시키지 못해 표류하고 있는 의료개혁 등 중국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저자의 객관적이고 날카로운 분석은 중국의 오늘과 미래의 방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을 제공할 것이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ceo@bookcosm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