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는 세종시 건설, 4대강 개발 등 국가의 주요 사업을 놓고 정치권을 비롯해 각계각층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골이 깊은 갈등과 국론 분열을 야기했고 이러한 흐름은 새해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는 국민의 복리 증진을 위해 수많은 공공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해 왔다. 그들 중 어떤 것들은 국민을 더욱 안전하고 살기 좋게 만들기도 하고 어떤 것들은 엄청난 재앙을 초래하기도 했다.

예일 대학교 석좌교수인 제임스 C 스콧이 저술한 ‘국가처럼 보기’는 20세기에 전성시대를 구가한 국민국가가 사회와 자연을 어떻게 인식하고 독해했으며 이에 기초해 세상을 어떻게 변형시키고자 했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런 시도들이 왜 대부분 실패로 끝났는지를 밝힘으로써 오늘날 국가의 공공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근대 국가들은 국가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국가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했지만 상당수의 시도들이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이 책의 키워드는 크게 ‘가독성’과 ‘하이 모더니즘’이라는 두 단어로 압축된다. ‘가독성’은 국가가 국민을 통치할 목적으로 단순화를 통해 공간과 사람들을 읽기 쉽게 만드는 것이다. 토지소유의 제도화, 도량형 통일, 성씨 창제, 토지구획, 도시설계, 이동하는 사람들을 항구적으로 붙잡아 두려는 정착화 노력 등은 국가의 가독성과 단순화를 위한 사회공학적 시도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러한 국가 주도 사회공학 구상은 중국의 대약진 운동, 소련의 집단농장, 탄자니아와 에티오피아의 강제 촌락화, 브라질리아나 찬디가르의 신도시 건설 등에서 보았듯이 대규모 인명 손실, 인권 유린, 환경 파괴 및 공동체의 붕괴와 같은 엄청난 재앙을 낳고 말았다.


저자는 국가 주도 사회공학 구상이 재앙을 초래한 이유를 네 가지 요소의 치명적 결합에서 찾고 있다. 첫번째 요소는 자연과 사회에 대한 행정적 질서 즉 국가 단순화다. 물론 국가 단순화는 독재자에게도 필요하지만 우리의 복지와 자유를 유지하는데도 마찬가지로 긴요하다. 두 번째 요소는 하이 모더니즘 이데올로기다. 하이 모더니즘은 과학적·기술적 진보, 생산성 증대, 자연에 대한 정복, 만족의 증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회질서에 대한 합리적 설계에 대한 강한 신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이 모더니즘 이데올로기는 비과학적이리만큼 낙관적이다. 세 번째 요소는 이러한 하이 모더니즘적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의 강압적 권력을 한껏 사용하고자 하는 의지와 능력을 갖춘 권위주의적 국가다. 이 세 번째 요소가 앞의 두 가지 요소와 결합될 때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전쟁이나 공황과 같은 위기 상황은 국민을 위해 혁명적 구상을 가지고 있는 엘리트의 등장을 부추긴다. 네 번째 요소는 국가의 이러한 능력에 저항할 능력을 상실한 기진맥진한 시민사회다.

요컨대 가독성은 대규모 사회공학을 위한 능력을 제공하고 하이 모더니즘 이데올로기는 그러한 열망을 제공하고 권위주의 국가는 그와 같은 열망을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결단을 제공하며 무능한 시민 사회는 그것을 이룩할 수 있는 사회적 지형을 제공한다. 결국 국가가 국민의 가치와 욕구와 메티스(현장에서 실용적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과 지혜)를 유토피아적 계획과 권위주의로 묵살하고 밀어붙일 때 국민의 복리에 치명적인 위협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그러한 시도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과 초래할 비용을 신중하게 비교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ceo@bookcosm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