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F.하틀리 지음/김민주 외 옮김/아인앤컴퍼니/2004년 6월/688쪽/24,500원)

오늘날 거의 모든 기업들은 국경을 초월하여 전세계에서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 정보의 전달이 거의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오늘날과 같은 초고속 사회에서 고객들로부터 외면당한 기업은 순식간에 위기를 맞게 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버리고 만다. 이처럼 실패한 기업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 모든 기업은 마치 살얼음판을 걷듯이 한 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의 판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야말로 기업은 사활을 걸고 피가 마르는 긴장감 속에 마케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케팅의 대가이며 클리브랜드 주립대학의 명예교수인 로버트 F. 하틀리가 저술한 『피말리는 마케팅 전쟁이야기』(김민주 외 옮김)는 기업의 이러한 마케팅 노력에 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원제는 "Marketing Mistakes and Successes"로 1976년에 초판이 발간된 이래 9판에 걸쳐 개정증보되며 다양한 사례들과 명쾌한 해석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우선 구성부터가 흥미롭다. 제 1부 마케팅전쟁에서는 PC업계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 델 컴퓨터와 게이트웨이의 경쟁, 코카콜라와 펩시, 보잉과 에어버스간의 경쟁 등 경쟁기업들간의 치열한 경쟁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2부에서는 직원들의 사기 저하와 최악의 경영 위기에 직면한 컨티넨탈항공이 고든 베튠이라는 탁월한 경영자 덕분에 단기간 내에 위기를 극복한 사례 등을 소개하고 이들 기업이 부활할 수 있었던 원인들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다. 3부에서는 파이어스톤 타이어를 장착한 포드 자동차 익스플로러의 잇따른 전복 사고처럼 기업들이 예기치 않게 직면한 위기를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할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4부에서는 비탄산 과일향음료와 아이스티 생산업체인 스내플의 퀘이커 오츠의 인수 실패 등 대표적인 마케팅 실패 사례들에 대한 분석과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반해 5부에서는 일부 도시들을 연결하는 단거리 노선에 최저가 전략으로 대성공을 거둔 사우스웨스트항공의 마케팅 전략 사례 등을 통해 성공 마케팅 비결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6부에서는 영업사원의 사기성 판매를 방치하여 막대한 손실과 치명적인 위기에 직면했던 거대 보험회사 메트라이프의 비윤리적 기업행위를 통해 신뢰와 윤리 경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 책은 앞서 말한대로 마케팅에 관한 거의 모든 내용을 담고 있는 교과서라고 말할 수 있다. 더욱이 단순한 사례 제시에 그치지 않고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들을 명확하게 지적함과 동시에 다양한 상황들을 가정하여 독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단순한 지식 습득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내용을 담다 보니 다른 책들에 비해 분량이 두 배 정도 되긴 하지만 생생한 사례 위주의 전개와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결론과 질문 등에 심취하다보면 마치 옴니버스 형식의 기업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어 전혀 지루함 없이 내용에 심취하게 된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