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하상 지음/바다출판사/2004년 7월/432쪽/12,800원)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1981년 그의 취임사에서 "신념을 가지고 새로운 부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가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라고 역설했다. 한국이 낳은 불세출의 경영자, 삼성그룹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타계한 지도 어느덧 17년의 세월이 흘렀다. 최근 들어 삼성의 활약이 눈부시기에 일제시대부터 사업을 시작하여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늘날 삼성의 터전을 마련한 이병철 회장의 삶이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논픽션작가 홍하상이 지은 『이병철 경영대전』은 이병철 회장의 출생에서부터 타계하기까지 개인적 삶과 사업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부친으로부터 유산으로 미리 받은 연수(宴需) 300석을 가지고 사업가로서의 삶을 시작한 이 회장은 그후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사업가로서 자신의 야망과 당시 아시아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끝없이 새로운 비전을 추구했다. 삼성상회라는 간판을 달고 국내 청과물을 만주 시장에 공급하는 것으로 무역업을 시작한 뒤 해방 후 삼성물산공사를 설립하여 국내 최고의 무역상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이회장은 진정한 사업가는 국민이 필요로 하는 물자를 생산해서 판매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제조업에 뛰어들어 제일제당, 제일모직 등을 설립하여 대기업으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5.16 혁명으로 하루 아침에 부정축재자로 낙인찍혀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이 위기상황에서도 그는 박정희 부의장에게 당당하게 기업인의 역할을 주장하고 그후 한국경제인협회를 창설하여 국가경제의 회생을 위해 노력했다.

특히 이 책에는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이 회장의 어록과 사업 과정에서 몸소 체득한 노하우를 담은 경영 노트의 전후 과정 등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행하는 자 이루고, 가는 자 닿는다"라는 명구는 이 회장이 반도체 사업의 성공을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나던 1987년 그 순간까지 일관되게 흘렀던 좌우명이자 그의 행동주의적인 삶과 경영철학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가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그가 "행했기" 때문이고, 자신이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가고 또 갔던 것"이다.

일본 및 서구 선진국들과는 달리 사농공상의 전통적 관념에 사로잡혀 있던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이 회장은 때로는 부정적으로 회자되었고 존경과 동시에 질시의 눈총을 받았다. 일본 마쓰시다전기의 창업주 마쓰시다 고노스케의 경우 그에 관한 책은 모두 398종에 이른다고 한다. 이에 반해 지금까지 이병철 회장에 관해 출간된 책은 다섯 권도 채 되지 않는다. 어려운 시기에 사업을 통해 국가경제를 회생시키고자 노력했던 이 회장의 열정적인 삶은 우리 모두에게 너무도 소중한 유산이다. 사업보국의 목표 아래 참다운 경제인으로서의 삶을 살았던 이 회장에 대해 가감없이 객관적인 시각에서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 나와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병철 회장의 삶을 축으로 한국 근대사의 애환과 기업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 책을 통해 오늘날 한국 및 일본의 주력기업들의 계보를 파악할 수 있고, 아울러 주변 상황 및 각종 배경에 대한 친절한 해설을 통해 역사 속에 묻혀 있는 다양한 지식들을 함께 얻을 수 있다는 점 또한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