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혜진 지음/시공사/2004년 7월/262쪽/10,000원)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경영 실력이 탁월하다고 인식되는가, 아니면 디지털 시대의 아방가르드(avant-garde)처럼 인식되는가. 잊을만 하면 각종 미디어와 국제행사를 통해 모습을 드러내는 그는 새로운 미래의 비전과 한발 앞선 기술을 선언하여 우리를 깜짝 깜짝 놀라게 한다.

왜냐하면 빌 게이츠는 경영하는 CEO라기보다는 커뮤니케이션 CEO로서 영향력을 발휘해왔고 지금까지 큰 성공을 거둬왔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기업은 경영자에게 단순한 경영 능력뿐만 아니라 추진력, 실행력, 통찰력 등 매우 다양하고 다차원적인 종합 능력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 모든 요소들이 내외에서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면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능력도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기자와 다국적 홍보회사의 이사를 역임한 한혜진씨가 쓴 『CEO를 벤치마킹하라』는 저자가 수많은 CEO와 정부관리, 그리고 기업체 임원들을 만난 경험을 토대로,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회사 안팎으로 기업 상황을 명확히 알리고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 내는 이 시대 최고의 CEO 11인의 경영 전략을 소개한 책이다.

이 책은 GE의 잭 웰치, IBM의 루 거스너, MS의 빌 게이츠, HP의 칼리 피오리나 뿐만 아니라 한국의 삼성 이건희 회장,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사장 등의 사례를 통해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무엇인지를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은 주택은행에 있을 때부터 "현장 설득 경영"을 도입했다.

김 행장은 수많은 행원들의 힘을 한 곳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목표와 행동지침을 그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믿었다. 상명하복식의 형태로는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을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행장은 1999년 6월부터 전국 지점을 돌기 시작했고, 매주 2∼3일 오후 시간은 지점 순례에 할애했다. 1999년 한 해 동안에만 79개 지점을 돌며 2350명의 직원과 저녁식사를 하며 대화했고 2000년에도 3600여명의 직원들과 술잔을 돌렸다.

자신이 직접 가보지 못하는 지점에는 부행장들을 대신 보내 애로사항과 의견을 듣도록 했다. 직원들과의 만남에서도 훈화를 늘어놓는 권위적인 행장이 아니라 매직펜을 들고 칠판에 직접 도표를 그려가며 전략을 설명하는 소탈한 모습을 통해 진정한 이해에 기반한 폭넓은 공감과 협력을 이끌어냈던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CEO 11명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내용은 직원들의 의견을 주의 깊게 듣고 경영에 반영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직함과 신뢰가 그 바탕에 깔려야 한다고 말한다. 커뮤니케이션이란 단순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말이 아니라 생각을 공유하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생각을 공유하는 데 있어 정직함과 신뢰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11명의 CEO들이 기업 내외의 협력과 이해를 위해 어떤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도입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이 책은 회사를 좀더 발전시킬 수 있는 경험과 원칙을 제공해줄 것이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