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지음/창해/2004년 7월/686쪽/28,000원)

우리가 오랜 세월이 지나도 존경하는 역사 속의 위인들의 경우 대체로 후대의 사가들이 사실을 토대로 실제의 모습을 그리려고 노력하지만 의도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어느 정도 과장 또는 허구가 있게 마련이다. 과거 우리 역사에 있어서 성웅으로 추앙을 받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경우도 예외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국가적 차원에서 충효와 멸사봉공의 역할 모델로서, 그리고 작가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통해 이순신은 오랜 세월 동안 우리들의 마음 속에 인간적 차원을 뛰어넘은 비범한 영웅으로 깊이 각인되어 있다. 전반적인 대세가 이렇다 보니 이순신의 나약함이나 판단착오 또는 실수 등 우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평범한 인간적인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영웅에 대한 모독으로까지 여겨져왔다.

이러한 점에서 저자 김태훈이 방대한 역사적 고증을 통해 이순신의 비범함뿐만 아니라 동시에 지극히 평범했던 범인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고 있는 『이순신의 두 얼굴』은 매우 흥미롭고 가치가 있는 저작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저자가 이 글을 쓰게 된 동기 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그는 "이순신의 있는 그대로"를 밝힌 책이 거의 없다는 데 놀라 나름대로의 사명감을 가지고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틈틈이 자료를 모아 이순신의 출생에서부터 사후에 이르기까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처음 작가의 말에서부터 뭔가 기존의 이순신 관련서들과는 다를 거라고 예상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많은 작가들이 기존의 학설들을 액면 그대로 많아들이고 나름대로의 상상력을 토대로 구성한 소설이나 관련서들과는 달리 그는 기존의 기록에 언급된 내용에 대해 우선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과연 그랬을까. 그리고 단순히 이순신에 그치지 않고 원균, 김성일 등 7년전쟁과 관련한 인물, 정치사회적 배경, 당시 일본과 명나라의 입장 등에 날카로운 추리와 함께 충실한 자료 제시를 통해 기존의 주장들의 진위를 검증해나간다. 대표적인 예로 그는 이순신이 썼던 "난중일기"의 내용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결국 "난중일기"의 내용이 후대 사가들에 의해 의도적으로 첨삭,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아울러 전쟁 영웅으로서의 이순신의 모습을 뛰어넘어 조정이 본 이순신, 민초가 본 이순신, 일본이 본 이순신, 세계사 속 영웅들과 비교한 이순신 등 다양한 시선을 통해 이순신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순신뿐만 아니라 수많은 관련인물과 당시의 정치사회적 배경 등에 대한 날카로운 추리력,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방대한 기록들의 행간을 살피는 집념, 그리고 독자들의 상상력의 지평을 더욱 활짝 열어주기 위해 트라팔가해전 등 세계사적 사건들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통한 입체적 구성이 돋보이는,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역작이다. 더욱이 전문 작가나 학자가 아닌 직장인이 저술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만큼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저자의 말처럼 이순신을 무조건 성웅으로 떠받들고 신성시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하다고 할 수 없다. 이순신은 우리가 굳이 작위적으로 성스러운 존재로 떠받들지 않아도 범인의 경지를 뛰어넘은 큰 인물이었던 만큼 이순신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여주는 것이 우리에게 더욱 친근감 있게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