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주 지음/ 비즈페이퍼/ 271쪽/ 13,800원)

역사는 현재와 미래를 비추는 거울로 우리는 역사 속의 위대한 인물들의 자취를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지혜와 미래에 대한 통찰을 얻는다. 이러한 까닭에 역사 속의 위인들에 대한 연구와 관찰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우리는 위인들을 흠모하고 그들의 지혜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해법을 발견하곤 한다.

역사와 고전의 대중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고전연구회 사암(俟巖)의 대표인 한정주 씨는 최근 저술한 ‘조선의 거상 경영을 말하다’를 통해 조선시대의 부자와 거상들의 시대를 앞서간 리더십과 경영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조선시대의 기업가라고 할 수 있는 부자와 거상들의 리더십과 경영전략을 크게 6가지 유형-미래를 내다보는 혜안(慧眼), 시장개척, 인재경영, 고객경영 및 조직 전략, 위기돌파 전략, 상도-으로 나누어 각 유형의 대표적인 인물과 사건들을 토대로 독자들이 오늘날 직면하는 문제의 해결책들을 찾도록 돕고 있다. “시간과 공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조직, 그리고 리더와 대중의 욕망과 기질은 항상 동일하거나 유사한 측면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몇 백년 전의 인물과 사건들 속에서 현재 혹은 미래의 모습을 발견하거나 예측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작은 부를 이루기 위해서는 근검절약만으로 되지만 거대한 부를 이루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통찰력으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평양의 여성 거부 백선행은 열여섯 살에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되었지만 근검절약으로 작은 부를 이루었습니다. 그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당시 현대식 건축물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이 대량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석회석으로 이루어진 바위산을 구입하였고 몇 년 후 일본인이 운영하는 시멘트회사에 몇 갑절을 남기고 팔아 평양 제일의 갑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말년에는 자신이 이룬 부를 한 푼도 남김없이 사회에 환원하는 선행을 보였습니다.”

또한 시장개척 편에서는 자신의 불행에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한 철의 여인 소현세자빈 강씨와 무역왕 최봉준 등 일찍이 블루오션을 지배한 탁월한 CEO들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소현세자빈 강씨는 병자호란으로 인해 소현세자와 함께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 갔지만 청나라의 지배 계층인 여진족이 유목 민족이어서 상업과 무역 활동에 취약하다는 약점을 간파하여 조선의 질 좋은 물품을 수입하고 국제무역과 현지생산을 결합하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조선사 최초의 여성 CEO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기업경영에 있어서도 인재의 중요성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조선시대에도 부자나 거상들은 인재를 보는 높은 안목과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일찍이 국적과 출신을 묻지 않고 인재를 등용한 대표적 인물로는 조선인 최초로 백화점을 설립한 최남을 들 수 있습니다. 1930년대 종로에서 덕원상회라는 상점을 운영하고 있던 최남은 일본인이 세운 백화점에 맞서는 조선인 최초의 백화점을 갖겠다는 야망을 품고 백화점 운영 시스템과 특유의 서비스 및 유통기법을 도입하기 위해 일본 백화점의 점원 와타나베를 삼고초려하는 마음으로 설득했고 마침내 그를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최남은 또한 인재경영뿐만 아니라 서비스와 마케팅에 있어서도 혁신적인 방법으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조선의 거상들은 또한 이치와 도리를 알고 행한 당대의 리더들이라고 할 수 있다. “부는 이루기도 어렵지만 지키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부를 지킬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바로 사회와 더불어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 즉 번 만큼 베푸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베풂으로써 부를 지킨 대표적인 경우로 경주의 최부잣집과 구례 운조루의 류부잣집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재물을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을 넘어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까지 진심으로 껴안고자 했습니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