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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에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상은 크게 달라졌고 그로 인한 역세계화와 글로벌 리밸런싱은 한국 경제와 자본주의에 일대 변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자유무역과 시장 만능주의에 입각한 세계화를 부르짖었던 선진국들이 미증유의 위기 상황에 직면하자 일제히 우선 나부터 살고보자는 식의 보호무역주의로 전환함에 따라 지난 30년 동안 한국 경제의 고속 성장을 뒷받침해주었던 세계화와 신(新)시장주의는 이제 막을 내렸다. 따라서 ‘수출로만 먹고살아왔던’ 한국 경제는 환골탈태의 기로에 서 있으며 결코 그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글로벌 위기 이후 세계의 경제 지형도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 그리고 한국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매일경제 경제부의 전병준 부장을 비롯하여 10명의 경제부 기자들이 국내외 전문가들을 인터뷰하여 정리한 『비욘드 더 캐피털리즘』은 위기 이후의 세상을 전망하고, 앞으로 1~3년 내에 한국의 국가경제와 기업 그리고 개인의 일상생활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과도한 수출의존형 경제구조를 취해왔으나 이제는 내수를 키워 지나친 수출의존형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테마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 그리고 한국의 수출경쟁력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어 이제는 내수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의 발전에 주력할 것을 당부한다. 한국은 총 부가가치에서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7%로 전체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것은 오히려 서비스산업의 발전 잠재력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향후 서비스 분야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내수를 확대시켜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나아가 국내로 국한된 내수시장의 범위와 수요층의 개념을 중국과 일본 등 주변 국가로 넓혀가는 것이 내수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공급과잉, 수요부족’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현재 위기의 파고를 힘겹게 넘고 있는 기업들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들은 최근 미국 최대 자동차기업 GM의 몰락은 앞으로 전개될 기업사(史)의 서막에 불과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위기는 기업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바로 ‘규모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이제 과거의 ‘100대 기업’ 대신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고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100년 기업’이 각광을 받게 되었다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기업을 키우는 것보다는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도 ‘100년 기업’을 향해 순항하는 기업들에게는 ‘혁신 문화’, ‘한발 빠른 구조 조정’, ‘제2의 창업’ 등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혁신을 통해 어린이부터 노인들까지 모든 세대가 손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기를 개발한 닌텐도, 일찍부터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주력해온 도요타, 위기에 앞서 조기경보를 발령해 한발 앞선 구조 조정으로 그룹의 면모를 새롭게 한 두산 그룹, 전통적인 저부가 석유화학 제품에서 벗어나 제2의 창업을 한다는 각오로 태양광산업에 진출함으로써 경제 위기 속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이루어낸 OCI(전 동양제철화학), 그리고 혁신적 사고로 일찌감치 수출 시장을 다변화함으로써 위기 속에서도 이익을 창출해낸 현대ㆍ기아차 등의 사례는 혁신적 사고를 통해 위기를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앞으로 한국 경제에 있어서 심각하게 주목해야 할 점은 한국이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울 만큼 빠른 속도로 고령화에 진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2009년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0.6%를 차지하는 고령화 사회이며, 2026년에는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이 책은 고령 사회로의 진입으로 인해 앞으로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 예상되므로 재테크에 있어서도 과거의 부동산 위주의 방식에서 벗어나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낮추고 대신 개인연금이나 보험 등 장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지막 부록에서는 여러 전문가들이 참여한 ‘한국 자본주의의 미래 좌담회’를 통해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요약 정리해주고 있다. 서비스업 활성화 등을 통한 내수 확장, 재정 건전성 확보, 아시아 중남미 등으로의 수출시장 다변화, 금융시스템의 개혁, 그리고 위기 이후 ‘엑시트 플랜’으로서 단기 유동성 확대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 방지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향후 한국 경제의 흐름에 대해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