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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레드오션에서 벗어나 창조적 사고를 통해 새로운 기회의 바다인 블루오션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은 모든 기업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창조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또한 그에 따르는 막대한 리스크를 감당해야만 한다. 레드와 블루를 같은 비율로 섞었을 때 퍼플(보라색)이 되듯이 퍼플오션 전략은 레드오션과 블루오션의 장점들만을 채용한 미래 지향적 개념이다. 기존의 현상과 문제를 재정의함으로써 블루오션의 개척에 수반되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레드오션의 문제점인 차별화를 이루어내는 것이 퍼플오션 전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인비절라인코리아의 인현진 대표가 최근 저술한 『퍼플오션 전략』은 일상의 가치를 낯선 관점에서 재창조하고 실천함으로써 지속 성장의 길을 발견한 퍼플오션 전략의 대표적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불황의 그늘로 인해 더욱 치열해진 경쟁 현장에서 차별화를 위해 고심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신선한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 중 몇몇 기업들의 구체적 사례들을 살펴보자.

삼바와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서 인본주의적 기업문화로 50년간 성장을 지속해오고 있는 글로벌 기업 셈코(SEMCO)는 직원들에 대한 통제와 관리를 강조하는 기존 경영학의 주요 원리들을 송두리째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렸다. 셈코에는 출퇴근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고 공식적인 규정이나 장기적인 계획 등도 없다. 오로지 직원들을 100% 신뢰하고 모든 것을 직원들의 자율과 창의에 맡기고 있다. 한마디로 무질서가 기업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셈코는 직원들의 이러한 무한 자유와 무질서 속에서 창의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성장을 지속해오고 있다. 결국 셈코는 통제를 포기하고 생산성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소위 명품을 통해 자기 존경 욕구를 충족시키고 타인에게 자신을 과시한다. 루이비통은 소비자들의 이러한 과시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명품 브랜드를 생산한다. 그러나 명품 의류나 가방은 구매 주기가 길어 루이비통은 한 때 위기에 처했다. 이 상황에서 루이비통은 아티스트들과 협력하여 아트 콜래보레이션을 추구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작품세계를 루이비통을 통해 쉽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고 루이비통은 전통과 오래된 명품이라는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었다. 루이비통은 패션을 욕망으로 정의하고 끊임없이 신제품을 출시하여 이러한 욕망을 자극함으로써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

은행이야말로 차별화가 가장 어려운 업종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움프쿠아 은행은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업의 정체성을 재창조함으로써 차별화를 이루어냈다. 움프쿠아 은행은 자신의 업을 서비스로 재정의하고 고객들에게 오감을 만족시키는 기분 좋은 경험을 제공한다. 우선 방문하는 고객들이 조금이라도 더 은행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막대한 금액을 들여 점포를 쾌적하고 즐거운 공간으로 디자인했다. 고객은 은행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세계 최고의 은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표지판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곧이어 가슴에 꽃을 단 직원이 고객에게 인사하며 반갑게 맞이한다.

기다리는 동안에는 움프쿠아의 문화만큼이나 독특한 맛과 향을 지닌 커피를 마신다. 차례가 되어 커피잔을 들고 창구의 직원과 마주한다. 이 때 창구 직원의 자리는 고객의 자리 보다 낮아 고객은 직원을 내려다보며 자신이 존중 받는 느낌을 받는다. 업무가 처리되는 동안 은행 안에서 들리는 잔잔한 음악이 마음에 들어 “이 노래 누가 부르는 건가요?” 하고 물으면 직원은 노래가 담긴 CD를 고객에게 선물한다. 이처럼 오감을 만족시키는 서비스를 체험한 고객은 이제 움프쿠아 은행이 세계 최고의 은행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자신의 경쟁자는 다른 은행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서비스를 자랑하는 리츠칼튼 호텔이라고 선언한 움프쿠아 은행은 이러한 고객 만족 서비스를 통해 경쟁이 치열한 은행업계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우리 나라에서도 훼미리마트가 자신의 업(業)을 재정의함으로써 고객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찾아가는 ‘움직이는 편의점’을 열기 시작했다. 이달 14일 시흥시 갯골 축제에서 이동식 편의점 ‘트랜스포머 1호점’을 열었고 계속해서 축제가 열리는 곳마다 고객들을 찾아갈 계획이라고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모든 기업들이 자신의 업을 새롭게 정의함으로써 퍼플오션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