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간 언론이 주목한 책 이야기입니다. 오늘날 경제적, 사회적 변형으로 인한 아시아 정체성의 해체 과정을 목도하는 한편, 명품의 대중화를 선도할 아시아의 미래를 조심스럽게 예측할 수 있는 아시아 명품 열풍에 대한 보고서「럭스플로전」(라다 차다 지음, 김지애 옮김)이 가야북스에서 출간되어 지난주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브랜드 기업이 자사 제품에 대해 신분 상징의 기능을 과장하는 동시에 이를 다시 일반 대중을 타깃으로 몰아붙이는 행위의 모순점과 이들 브랜드가 어떠한 방식으로 열렬한 명품 추종자 계층을 형성시키는가에 대한 내막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근대 조선을 뒤흔든 기담과 스캔들을 통해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경성기담』의 저자 전봉관이 이번에는 근대 조선의 '돈'을 이야기한「럭키경성」(전봉관 지음)이 살림에서 출간되어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근대 조선을 들썩이게 만든 10개의 돈 이야기를 통해 당시 사람들이 무엇을 꿈꾸었는지 살펴보고 있으며, 일확천금을 노린 경성 속물들의 이야기부터 돈을 아름답게 쓴 사람들의 훈훈한 이야기, 돈과 성공을 향한 은밀한 경제 스캔들까지 다양하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케임브리지대학 퀸스칼리지의 연구원이 최근 발표된 '새로운 7대 불가사의'에 포함된 만리장성의 역사를 통해 중국인의 세계관을 조명한「장성, 중국사를 말하다」(줄리아 로벨 지음, 김병화 옮김)가 웅진지식하우스에서 출간되어 언론의 많은 눈길을 모았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오늘날 중국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강력한 인터넷 검열 및 방화벽이 가상의 만리장성에 다름없으며 이를 대하는 중국인의 자기검열적인 태도 역시 만리장성을 대하던 역대 왕조의 심리와 다를 바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10여 년간의 기자 생활과 6년간의 영국 로비단체 대변인 생활 등을 통해 언론계와 정계 및 재계는 물론, 정보기관에까지 다양한 정보통을 갖고 있는 데이비드 사우스웰이 권력자들이 감추어온 진실을 추적하고 있는「세계를 속인 200가지 비밀과 거짓말」(데이비드 사우스웰 지음, 안소연 옮김)이 이마고에서 출간되어 언론의 많은 눈길을 모았습니다. 이 책은 정치인들의 유명한 거짓말에서부터 정보기관들의 비밀공작, 결사조직의 비밀, 유명 과학자들의 감추어진 이중성, 사이비종교 단체의 실체, 대기업의 뒷거래, 대중스타들과 존경받는 인물들의 은밀한 사생활, 각종 비밀 무기와 비밀 장소, 비밀 통계, 비밀 사고 등 다양한 분야의 비밀과 거짓말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낭만적 사랑과 사회』, 『달콤한 나의 도시』의 작가, 정이현의 신작 소설집「오늘의 거짓말」(정이현 지음)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어 언론의 눈길을 모았습니다. 이 책은 <타인의 고독>, <삼풍백화점>, <오늘의 거짓말> 등 총 열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모습들의 구석구석을 짚어내는 감각적인 이 이야기들은 때로는 수수하고 때로는 화려하게 감성을 자극하고 어루만지고 있습니다.

21세기를 지배할 새로운 종족인 '디지털 보헤미안'의 탄생과 역사, 그 미래를 생생하게 소개 하는 책「디지털 보헤미안」(크리에디트刊)도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디지털 보헤미안의 생존 방식과 창조적 아이디어, 미래를 그림으로써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직장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668년 고구려의 멸망에서부터 698년 고구려 유장 대조영이 세운 발해가 926년 멸망하기까지 발해국의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는「대발해」(아리샘刊), 지난 5월에 작고한 동화작가 권정생이 전두환 독재 시절인 1980년대에 쓴 작품으로, 그동안 빛을 보지 못하다가 작고 후에 출간된「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보리刊), 인종 갈등과 문명 충돌로 위기를 맞은 우리 시대에 ‘타자’를 위해 공간을 내주는 것,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의 중요성을 설파한「차이의 존중」(말글빛냄刊), 등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끝으로, 역사 대중화에 앞장서온 역사학자 이이화가 인류의 발생부터 1987년 6월항쟁까지 우리나라의 역사를 한 권으로 이해할 수 있게 총망라하여 집필한 책「역사」(열림원刊)가 지방신문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 책에는 2백만 년 전의 빙하시대부터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바로 이 시대까지, 우리들이 지나온 장구한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