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간 언론이 주목한 책 이야기입니다. 1973년 9월 11일 피노체트 쿠데타에 항거한 칠레의 민중 가수 빅토르 하라의 삶과 예술과 투쟁을 기록한「빅토르하라」(조안 하라 지음, 차미례 옮김)가 삼천리에서 출간되어 지난주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아내가 대신 쓴 자서전이며 혁명과 쿠데타라는 역사 속에 놓인 러브스토리인 이 책은 칠레 현대 정치사와 문화예술의 흐름을 기록한 역사책이자 증언 문학으로서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965년 등단 이후 40여 년 동안 한국의 재래적인 서정시의 전통을 혁신하고 현대시를 새롭게 만들어온 정현종 시인의 아홉 번째 시집「광휘의 속삭임」(정현종 지음)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어 언론의 많은 눈길을 받았습니다. 제1회 미당문학상 수상작을 표제로 한 시집『견딜 수 없네』이후 최근까지 발표한 시 가운데 60편을 선별해 묶은 이 책은 사물의 존재와 움직임의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시적 화자의 자세가 담겨져 있습니다.

시장주의 의료개혁에 맞서는 공공병원 의사의 고군분투기를 다룬「환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파트릭 펠루 지음, 양영란 옮김)가 프로네시스에서 출간되어 언론의 많은 눈길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국가가 많은 재정 부담을 안고서라도 국민을 위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프랑스의 사회건강보험 원칙이 시장자유주의의 물결 속에 해체되어 가는 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현직 응급실 의사의 칼럼을 묶은 것입니다.

한국의 지성이라 불리는 김우창, 장회익, 최장집, 도정일의 대담집「전환의 모색」(장회익 지음)이 생각의나무에서 출간되어 언론의 많은 눈길을 받았습니다. 2007년 4월부터 2008년 1월까지 진행된 이 대담집은 성장, 효율, 경쟁, 자율의 가치를 표방하며 추진되고 있는 오늘의 정치적 현실 속에서 전환을 위한 새로운 모색의 출발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술 진보와 경제 성장이 만들어낸 전지구적 자본주의가 승리함에 따라 더 많은 쓰레기가 생기기 마련인데, 그 ‘쓰레기’라는 개념으로 오늘날 사회를 진단한「쓰레기가 되는 삶들」(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정일준 옮김)이 새물결에서 출간되어 언론의 많은 눈길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과잉ㆍ잉여ㆍ초과 인구 등의 현상을 현대화의 산물로 보고 빈국의 인구 문제를 조망하면서, 이유를 모른 체 음지로 쫓겨나고 있는 우리 시대의 '잉여 인구'에 대한 통찰과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용품업계 빅3 아디다스, 푸마, 나이키의 창업과 성장, 침체와 몰락, 매각과 재기의 성공신화 및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한「운동화 전쟁」(랜덤하우스刊)도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아디다스와 푸마의 경영진이 어떻게 바뀌고 나이키와 어떤 관계를 이루는지가 한 편의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밖에 2천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에 알베르 까뮈로부터 "최초의 앙가주망(engagement, 예술가들의 사회참여)소설"이라는 평을 받았던 마르탱 뒤 가르의 연작소설「티보가의 사람들」(민음사刊), 출판 평론가 한기호 소장이 25년 동안 출판계에 몸담으면서 목격한 바를 토대로, 변화하는 출판시장과 책의 미래를 진단한「위기의 책, 길을 찾다」(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刊), 경제발전론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경제전략서「진화를 넘어 차별화로」(지평刊), 등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끝으로, 9월 첫째주 서울 중앙 일간지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던「허공」(창비刊)이 지난 주 지방신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한국현대시사의 절반을 차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지난 반세기를 정리하고, 시의 근원으로 돌아가 새롭게 출발하는 시인의 식지 않은 창작열이 고스란히 담긴 명편 107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다음 주는 어떠한 책들이 언론의 주목을 받을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