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 해의 진주,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 혹은 빔 벤더스의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탐험가 콜럼버스도 울고 갔다는 천혜의 자연환경은 물론, 아무것도 없을 것만 같은 광야의 산을 넘고 강과 들을 지나면 내가 만나고자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내가 부딪혀야 하는 일들이 어김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이것을 ‘하늘꿈 여행In Step with God’이라고 부른다

체 게바라의 숨결을 찾아서
산타클라라는 체 게바라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쿠바 혁명의 도화선이 되어 쿠바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체 게바라. 그는 왜 혁명에 뛰어들었던가. 바로 천혜의 자연을 타고난 풍요의 땅에서 살아가는 빈곤한 민중들을 위해, 그리고 무역 및 군사적 요지에 있었던 까닭에 늘 열강에 지배당할 위기에 처했던 당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체의 동상만 보기만 해도, 혁명에 대한 그의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내 귓전에 울리는 것만 같았다. 젊은 영웅으로 남겨진 체의 숨결을 가만히 느껴본다. 부조리하지 않을 나의 청춘을 위하여!

부비부비 살사
타악기 소리가 고막을 때리고, 유일한 관악기인 트럼펫이 단조로운 음색을 입히는데 그 조화가 참으로 절묘하다. 거기에 맞춰 씰룩쌜룩 32비트로 흔들어대는 엉덩이의 향연들.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몸을 흔들며 춤을 추는 몸의 대화 살사! 노인이나 아이나 할 것 없이 엉덩이를 그렇게 가뿐하게 흔들어 댈 수 있을까. 쿠바 사람들만의 몸의 대화로 춤추는 동안 난 그 열정에 홀딱 반하고 말았다. 꼼빠르샤라는 이 축제는 쿠바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플램보이언트(Flamboyant, 타는 듯한 ‘붉은 꽃’이란 의미)라 불리는 꽃이 반발하는 때에 열린다. 그래서일까. 타들어갈 듯한 붉은색 정열의 축제였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쿠바에서 느낀 길, 집, 하늘, 바다, 사람, 내 곁에 스친 모든 것들이 갑격스럽다.

- 『자전거 타고 쿠바여행』 중에서
(문종성 지음 / 가이드포스트 / 395쪽 / 14,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