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유럽의 역사와 문화, 예술에 빛나는 명소를 책 한 권으로 섭렵하는 재미를 주는 인문학 여행서이다. 저자 민선옥(‘민드리’는 오드리 헵번을 따서 남편이 부르는 애칭)은 남편이 모은 아홉 권이나 되는 엽서첩을 보며 안방에서 뉴욕도 가고, 아바나도 가고, 오슬로도 갔다. 그런 남편이 부인 몰래 적금을 부어 결혼 25주년 은혼기념으로 3년에 걸쳐 아내의 유럽여행을 추진한다.

마음을 훔치는 아름다운 도둑, 로마
한번은 남편과 로마 지명 표기를 두고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Rome와 Roma 가운데 어느 것이 맞는 표기예요? “둘 다 정답이라오. ‘로마’를 영어로는 Rome라 쓰지만, 이탈리어로는 Roma로 쓰니까. 베네치아도 영어식으로 베니스, 오스트리아 빈 역시 비엔나라 하지 않소.”

- 시스티나 예배당에서 <천지창조>
개신교인이 일생에 한 번쯤 방문하고 싶은 곳이 로마의 카타콤이고, 가톨릭 신자가 평생 한번 보고 싶은 곳이 바티칸의 베드로 성당이라면, 시스티나는 미술가들이 인생을 걸고 한번 오고 싶어하는 그런 곳이란다. 시스티나 예배당에 들어서자 벽화 <최후의 심판>이 정면에 배치돼 있고, 왼쪽은 ‘모세의 일생’ 오른쪽은 ‘그리스도의 일생’이 그려져 있다. 천장화 <천지창조>는 구약성서 창세기 내용을 바탕으로 그림이 그려져 있고, 미켈란젤로는 높은 천장에 매달려 4년 5개월 동안 등과 고개가 굽는 고통을 감내한 후 1512년 마침내 대작을 완성했다. 나는 편한 자세로 그림을 감상하지만 미켈란젤로는 엄청난 고통을 겪으며 혼을 불태운 인고의 세월을 살았으리라. 위대한 명화를 친견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어 기쁘고 행복하다.

-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동전을 던졌던 ‘트레비 분수’
“트레비란 삼거리를 뜻하는 말인데, 뒤돌아서서 이 분수에 동전을 던져 넣으면 로마를 다시 방문한다는 전설이 있지.” 남편의 음성이 귓가에 맴돈다. 로마를 방문한 사람이면 반드시 들른다는 스페인 광장에선 오드리 헵번이 했던 것처럼 젤라또(아이스크림)를 먹었다. 그리고 보카 델 라 베리타 광장에 있는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모 마리아 성당을 찾았다. ‘진실의 입’에 손을 넣어보기 위해서다. 거짓말을 한 사람이 넣으면 손을 잘린다는 얘기가 전해오는 곳으로 <로마의 휴일>에서 그레고리 펙이 공주를 놀려주던 장면이 정겹다. 사람들 손길이 얼마나 닿았는지 입이 반질반질하다. 오늘만큼은 열혈 팬이던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헵번이 아닌, <로마의 휴일>의 민드리가 되는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거 같았다.

- 『민드리 아줌마, 유럽 하늘을 날다』 중에서
(멘토프레스 / 2010년 10월 / 454쪽 / 15,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