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조선시대에 산성은 전부 몇 개였어?” “111개.” “백성들 죽어났겠군.” 성을 쌓는 일에 동원된 백성들에게는 다섯 가지 고통이 있다. 자기에게 분할된 구역을 다 쌓지 않으면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배가 고파서 죽고, 병들어서 죽고, 돌에 깔려 죽고, 한여름 무더위에 죽고, 한겨울 추위에 얼어죽었다고 한다.

산성이 생겨난 이유와 역사
한국의 사적(史蹟) 중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이 성 또는 성지(城址)이다. 『이용재의 재미있는 산성여행』은 국토의 70%가 산으로 이루어져 산성이 많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역사를 담고 있다. 산성이 축조된 시기는 대부분 전쟁과 관련이 있다. 끊임없이 우리 땅을 침략한 중국과 일본에 맞서 전국에 성들이 생겨나고 사라진 역사이다. 저자는 수도 서울의 서울성곽부터 시작해 수원화성, 남한산성과 진주성 등 전국 각지의 산성과 성, 성곽을 답사하면서 그 유적이 세워진 시기의 역사적 상황과 만든 이유, 건축 방법이나 특이성 등을 쉽게 설명하고 있어서 성곽에 대한 이해와 함께 역사도 배울 수 있다.

남고산성에서, 호기심이 많은 딸과의 대화
“아빠, 왜 전주는 비빔밥이 유명한 거야?” “전주 인근의 임실에서 대한민국에서 제일 맛있는 콩나물이 생산되걸랑. 한우 육회도 좋고.” 901년 고덕산에 길이 5.3킬로미터의 남고산성 축성. “아빠, 고덕산이 먼 뜻이야?” “덕이 높다.” 견훤은 동서남북에 절을 지었다. 부처님 덕에 의존해 전주를 지키겠다는 거다. 동, 서, 남, 북고사 중 남고사가 지금 남아 있다. 전북기념물 제72호. 남고연국사라고도 한다. “아빠, 연국燕國이 머야?” “나라를 편안하게 한다.” 예로부터 해질녘에 들리는 남고사의 저녁 종소리는 전주팔경의 하나이다.

산성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
성은 원래 인간의 평화에 대한 소망 또는 자기방어 본능 등에서 연구되기 시작한 것이지만 나중에는 집단적 싸움인 전쟁에서 방어적 구축물이 되었고, 동시에 도시국가나 왕후, 영주 등의 세력신장의 기지로서의 역할도 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전국의 22개의 산성을 직접 발로 걸으며 성이 축조되었을 당시의 역사적 사건을 상상할 수가 있다. 가족이 함께 우리 역사와 유적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할 때 정겨운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 『이용재의 재미있는 산성여행』 중에서
(이용재 지음 / 해바라기 / 311쪽 / 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