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애들은 자기 엄마 막 욕해요. 뭐 안 사 주면 심한 욕을 하는 애들도 많아요. 그러면 엄마가 막 쩔쩔매다 결국은 사 줘요.” “엄마 욕하면서 뭐 아주 대단한 일이라도 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자랑하듯이 부모님 욕하는 애들도 많아요.”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부모 욕 안 듣게 하려고 자식들이 최선을 다하던 때는 이미 옛일이 된 듯하다.

나도 “아이들이 예전 아이들 같지 않다”고 쉽게 말한 적이 있었다. “부모들이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아이들이 버릇이 없는 것”이라고 자신 있게 얘기하면서도 잘못 커 준 아이들을 원망하는 마음이 섞여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부모가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 아이들이 정말 잘 자랄 수 있으리란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아무나 부모가 될 수는 있어도 아무나 부모 노릇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부모교육을 할 때, 아이들의 감정 조절 능력을 따져 보기 전에 우리 어른들의 감정 조절 능력을 먼저 살펴보자고 말한다. 특히 부모가 평상시에 아이에게 어떤 목소리로 말하는지 돌아보고 그 목소리에 어떤 감정을 담는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엄마의 따스함이 감정뇌를 발달시키고 아이를 키운다: 화내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아이의 뇌 발달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비난, 비아냥거림, 경멸을 담은 무섭고 큰 목소리를 들으면 궁지에 몰린 아이의 뇌는 생존을 위한 뇌 작동을 하기 시작한다. “제가 언제 그랬어요?”라고 대들거나 “엄마가 뭘 안다고 그러세요”라고 화를 내며 제 방으로 휙 들어가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본 부모는 “엄마를 무시한다”, “저 태도 좀 보라”며 더 큰 소리로 따지고 화낸다. 그러면 아이는 엄마에게 등을 보이고 감정의 벽을 쌓기 시작한다.

엄마의 따스한 목소리가 아이의 감정뇌, 전두엽을 발달시킨다. 아이가 대들더라도 ‘감정의 뇌’와 ‘이성의 뇌’로 가다듬어 말하자. 지난 60년간 하버드 대학 졸업생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 성적이 우수한 사람이 아니라 유머 감각이 풍부한 사람, 남을 배려하는 사람, 친절한 사람,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는 사람 등 도덕성이 높은 사람이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한다. 결국 아이가 유초등기에 부모에게 어떤 말을 듣고 자랐는지가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다. 경멸하고 비난하는 목소리를 듣고 자란 아이가 유머 감각이 발달할 리 없고, 비난받으며 자란 아이가 배려심 많은 사람이 되기 어려우며, 생존을 위해 방어기제만 발달시킨 아이가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는 도덕성 높은 사람이 되기는 어렵다.

- 『엄마라서 행복해, 내 아이라서 고마워』 중에서
(임영주 지음 / 깊은나무 / 272쪽 / 14,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