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역사학자들이 ‘오리엔트 문명’을 말할 때는 이집트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가리킨다. 그리고 고대 로마시대의 ‘빛은 동방에서’라는 글귀의 동방도 지금처럼 아시아 지역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나 페니키아를 가리킨다. 당시에 빛은 문명을 상징했기 때문에 그곳에서 받은 문화적 영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역사적 발전을 거듭하면서 의미가 달라진 동방은 18세기 이후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즉 식민지 쟁탈을 위한 제국주의가 만연하면서 인도와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까지 포함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부터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게 된 것이다.

Orient의 어원은 라틴어 동사 oriri(떠오르다)에서 파생된 명사 orieus(떠오르는 곳)이다. 즉, 이 단어는 ‘해가 떠오르는 곳’이 동쪽이기 때문에 붙여졌는데, 14세기 고프랑스어 orient(동쪽 땅)에서 영어로 차용된 단어이다. 19세기 이후부터 orient에 ‘동방’이라는 지명과 더불어 ‘방향을 확인하다, 방위를 정하다’라는 동사의 뜻이 포함되었다. 이와 반대로 ‘서양’에 ‘서반구’ 또는 ‘해가 지는 곳’이라는 단어는 occident인데, 어원은 라틴어 occidens(해가 지는 곳)이다. 이 서양(西洋)이라는 단어는 중국 원나라 때 처음 사용했는데, 중국을 중심으로 ‘서쪽에 있는 바다’, 즉 남태평양과 인도양을 가리켰다. 그 후 명나라 말기 서양의 선교사들이 진출하면서부터 지금의 유럽을 뜻하는 말로 확대되었다.

- 『영어잡학사전』 중에서
(김대웅 지음 / 노마드 / 452쪽 / 22,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