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리산이나 설악산처럼 높은 산이 아니라 야트막한 산 밑에만 살아도 “나는 산중에 살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국토의 70퍼센트가 산으로 되어 있는 우리나라에는 일산·마산·부산·군산 등 높지 않은 산이 있는 곳의 지명에 산(山)이 들어갈 정도이다. 평평한 곳보다 조금 높으면 그냥 산이라고 부르는 게 우리의 정서이다. 하지만 영어의 mountain은 보통 거대한 바위가 있고, 겨울에는 온통 눈으로 덮이는 높은 산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영어로 ‘My house is on a mountain’이라고 하면 첩첩산중에 살고 있다고 보아야 하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산속에 살고 있다는 표현은 오히려 ‘My house is on a hill’이 보다 나을 것이다.

애칭을 부르기 좋아하는 미국에서는 산이 아닌 곳도 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1732~1799년)은 독립전쟁 당시까지 살고 있던 집을 ‘Mount Vernon’이라고 불렀다(현재는 기념관으로 개조되었다). 그곳은 포토맥 강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또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1743~1826년)은 젊은 시절 건축가이기도 했던 까닭에 직접 집을 지었는데, ‘작은 산’이라는 뜻의 ‘Monticello’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 건물 역시 버지니아 변두리에 산이 보이는 야트막한 언덕에 세워졌다. 이는 전통을 중시하는 유럽과는 달리 재미있는 애칭이나 별명을 만들기 좋아하는 미국인들의 취향을 보여준다.

Mountain은 프랑스어 montaigne(산, 산악)에서 차용해온 것으로, 프랑스어 mont(산, 언덕)과 라틴어 mons(또는 montis)에서 비롯되었고, 인도유럽조어인 men(융기, 돌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를 미루어 짐작해보건대 옛날 사람들은 대지가 돌출해서 산이 되었다고 생각한 것 같다.

- 『영어잡학사전』 중에서
(김대웅 지음 / 노마드 / 452쪽 / 22,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