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가리키는 말로는 ocean과 sea가 있다. 태평양과 대서양은 각각 the Pacific과 the Atlantic Ocean이며, 동해는 the East Sea, 흑해는 the Black Sea이다. 이처럼 지도에서는 ocean이 sea보다 큰 개념으로 표기된다. 이는 고대 그리스 밀레투스 출신의 지리학자 헤카타이오스가 그린 세계지도에서 유래되었다. 그의 세계지도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원반형으로 그려졌다. 그리스가 지도의 한가운데 있고 북반부에 에우로페(Europe 유럽)가, 남반부에 아시아(Asia)가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이 원반형의 대륙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가 바로 오케아노스(oceanos, 대해·대양)이며, 이곳에 오케아노스라는 대양의 신이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ocean은 ‘땅끝과 맞닿는 곳’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sea보다는 멀고 큰 외해(外海) 개념으로 쓰였다.

이에 반해 sea는 반드시 육지가 있는 바다를 가리켰다. 이 단어는 게르만조어 Saiwaz(바다, 호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saiwalo(바다에서 나온 것)가 파생되었으며, 이 단어는 영어 soul(정신, 영혼)과 독일어 Seele(영혼, 혼백)의 어원이 되었다. 고대 게르만족은 바다를 생전과 사후의 영혼이 머무는 곳으로 여겼기 때문에 사람은 죽어서 영혼의 고향인 바다로 돌아간다고 믿었다. 허풍이 센 중국인들은 베이징 시내의 조그만 호수도 바다로 불렀다. 북해·중해·남해가 바로 그것인데, 이는 북방 이민족들이 침입해올까 염려스러워 “베이징이 얼마나 크면 바다가 3개나 있을까” 하고 겁을 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또 고대영어 mere(바다, 호수, 연못)와 독일어 Meer(바다)도 라틴어 mare(바다)에서 비롯된 낱말들이다.

하지만 mere는 지금 거의 쓰이지 않아 mere(바다) + maid(소녀) = mermaid(인어, 여자 수영선수) 정도로만 흔적이 남아 있을 뿐이다.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에 문인들이 많이 몰려들었던 런던의 유명한 술집 이름도 ‘Mermaid Tavern(인어 선술집)’이다. 같은 어원을 가진 단어로는 marine(바다의, 해병대), marina(요트 선착장)가 있다. 이 밖에 식초와 포도주에 향료를 넣은 양념 marinade(마리네이드)도 같은 어원에서 나왔는데, 이는 옛날에 생선과 고기를 바닷물에 절여 보관했기 때문에 생긴 단어이다.

- 『영어잡학사전』 중에서
(김대웅 지음 / 노마드 / 452쪽 / 22,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