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코스모스

1982년, 일단의 경제학자들이 "최후 통첩 게임"이란 간단하면서도 기발한 실험을 개발했는데, 이것은 두 사람이 연구자가 준 10달러를 가지고 흥정을 벌이는 게임이다. 첫 번째 사람은 두 번째 사람에게 10달러를 어떻게 나눌지 "제안"을 한다. 그는 상대방에게 10달러를 다 주겠다고 할 수도 있고, 자기가 다 차지하겠다고 할 수도 있고, 반반씩 나누자고 할 수도 있고, 그 밖의 어떤 분할 방식이라도 제안할 수도 있다. 두 번째 사람은 그 제안을 받아들일지 거부할지 결정해야 한다. 만약 제안을 받아들이면, 두 사람은 합의된 대로 돈을 나누어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두 번째 사람이 제안을 거부하면, 어느 쪽도 돈을 갖지 못하며, 게임은 끝난다.

이 모형에 등장하는 모든 행위자가 이기적인 호모 에코노미쿠스(경제인, 타인의 행복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잔인한 이전투구의 세계에서 산다)라고 가정한 전통 경제학자라면 다음과 같이 생각할 것이다. 두 번째 사람은 아무것도 갖지 못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가지는 게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설령 1센트라도 무일푼보다는 낫지 않은가? 첫 번째 사람도 두 번째 사람이 0보다 많은 금액이라면 무조건 받아들일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은 첫 번째 사람이 자신이 9.99달러를 갖고 두 번째 사람에게 1센트를 주겠다고 제안할 것이고, 두 번째 사람은 그것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다. 미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실험에서는 적은 금액의 제안을 거부하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2달러를 제안했을 때 전체 실험 대상자 중 약 절반이 거부했으며, 그보다 더 적은 금액은 훨씬 더 많이 퇴짜를 맞았다. 게다가, 첫 번째 사람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도 그런 일이 일어나리란 걸 충분히 예상했는지 아주 불공평한 제안을 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가장 많은 제안은 정확하게 반반씩 나누는 것이었고, 평균적으로는 첫 번째 사람이 두 번째 사람보다 약간 더 많이 차지했을 뿐 그다지 많이 차지하진 못했는데, 두 번째 사람이 제안을 거부하면 둘 다 한 푼도 얻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 사람이 두 번째 사람과 상의하지 않고도 어떤 제안이 받아들여질지 혹은 거부될지 미리 아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의 행동은 완전히 이기적인 사람이 최대한의 이익을 챙기려고 하는 것과 일치한다. 그러나 두 번째 사람의 행동은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하다. 이전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앞으로도 마주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서 1달러나 2달러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왜 포기하는 것일까?

그래서 최후 통첩 게임 실험은 제안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 두 번째 사람의 효과를 연구하기 위해 새로운 실험들을 개발했다. 그 중 하나인 독재자 게임에서는 첫 번째 사람에게 10달러를 주고 그것을 두 번째 사람과 나눌 비율을 자기 마음대로 정하게 한다. 이 게임에서는 두 번째 사람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첫 번째 사람이 돈을 어떻게 나누든 그것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 두 번째 사람은 아무런 힘이 없으므로, 경제학자들은 첫 번째 사람이 돈을 전부 다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랬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은 그러지 않았다. 평균적으로 첫 번째 사람은 두 번째 사람에게 약 2달러를 주었다. 이 단순한 실험 결과는 사람의 행동이 순전히 이기심의 지배를 받아 일어난다고 볼 경우 설명하기 어려웠다. 사람들은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그냥 주는 행동을 보인 것이다.

이 실험은 또 사람에 따라 본질적인 차이가 있으며, 이것이 그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연구를 통해 독재자 게임에서 상대방에게 돈을 더 많이 주는 사람일수록 투표에 참여하고, 선거 운동에 기부를 하고, 공직에 출마하고, 시위에 참여하고, 이재민 구호에 동참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한 그들은 얼마나 ‘인도주의적’인지 측정하는 심리 테스트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리고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개인적 비용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정도도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어떤 사람들은 오로지 자신만 생각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행복과 이해관계도 생각한다.

이런 실험 상황들이 공상적인 것만은 아니다. 실제로 현실에서도 최후 통첩 게임과 같은 일이 늘 일어나며, 때로는 아주 생생하게 일어난다. 예를 들면, 2006년에 밥 키츠라는 건축업자는 오하이오 주 이리 호 근처에서 지은 지 83년이 지난 집을 철거하다가 벽 안쪽에서 초록색 금속 상자 2개를 발견했다. 상자 안에는 ‘P. Dunne News Agency"라고 적힌 흰색 봉투들이 들어있었고, 봉투 안에는 대공황 시대의 지폐 18만 2000달러가 들어 있었다. 키츠는 집 주인인 아만다 리스에게 즉시 그 사실을 알려주었다. 리스는 키츠와 고등학교 동창이었는데, 집을 리모델링하려고 키츠를 고용한 것이었다. 그 직후 그들이 찍은 사진을 보면, 두 사람은 지폐더미가 쌓인 마루에 앉아 행복한 표정으로 활짝 웃고 있다.

그런데 얼마 후 그 돈을 어떻게 나눌지를 놓고 의논하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리스는 키츠에게 10%를 주겠다고 제안했고, 키츠는 40%를 받기를 원했다. 만약 리스가 최후 통첩 게임의 실험 결과를 알고 있었더라면, 처음에 더 나은 제안을 했을 것이고, 불필요한 분쟁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이 공정한 분할에 합의하지 못하는 바람에 그 소문이 널리 퍼져나갔고, 2007년 12월에 지역 신문이 그 이야기를 기사로 싣자, 21명이나 되는 던(Dunne)의 후손들이 자기 몫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동안 리스는 하와이 여행을 하는 데 돈의 일부를 썼고, 또 벽장의 구두 상자에 넣어둔 6만 달러를 도난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리스와 키츠 그리고 던의 후손들에게 돌아갈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 던의 후손들이 고용한 변호사가 이 상황을 명확하게 정리했다. “만약 두 사람이 싸우지 않고 돈을 공평하게 나누어 가졌더라면, 던의 후손들은 그 사실을 전혀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합리적인 방법으로 그것을 나누는 데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에, 두 사람 다 돈을 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