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로스 대왕(기원전 356~323)이 동방 정복을 통해 세련된 문화의 극치를 보여주면서 그리스 팽창 말기에 군주제는 대단한 영화를 누리게 되었다. 그로부터 1,500년이 지난 뒤에도 역사가들은 대범하고 지혜로웠던 이 영웅의 천재성을 앞다투어 칭송하게 된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야말로 지고의 사치를 구가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식탁에 앉을 때마다 신과 같이 차려입었다고 한다. 때로는 자줏빛가운에 홈을 낸 신발을 착용하고, 마치 신이라도 된 것처럼 여러 개의 뿔을 달았다. 또 페르시아식 가운에 어깨에는 여신의 투창과 활을 걸치고 수레에 올라타기도 했다. 헤르메스처럼 옷을 입을 때도 있었다.

또 그는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을 때면 날개 달린 모자와 신발을 착용하고 손에는 헤르메스의 지팡이를 들었다. 아마포를 걸치고 헤라클레스처럼 몽둥이를 들고 있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가 매일 입는 옷은 자줏빛 망토와 흰색 장식을 댄 튜닉이었다. 그리고 머리에는 왕관 모양의 보석 장식을 매단 띠를 매곤 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동서양의 두 가지 사치 경향을 통합한 인물이었다. 이 정복군주는 동양의 풍속을 취하면서 이들의 사치를 모방하고 발전시키고자 했다. 특히 인도에서 돌아왔을 때는 동방의 화려함에 한껏 도취되어 있었다. 일찍이 그 어느 아시아 왕의 결혼식에서도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혼례만큼 성대한 축제가 벌어졌던 적은 없었다. 그는 자신의 주요 장교들과 페르시아 대귀족의 딸들을 결혼시키면서 자신의 결혼식과 같은 날짜에 이들이 모두 결혼식을 치르길 바랐다. 그는 100개의 침대가 들어가는 방에 자신과 다른 신랑들을 위한 92개의 침대를 준비하도록 했다. 이 결혼식 날을 위해 마련된 각 침대의 값은 은 20리브르에 달했고, 왕이 사용하는 침대의 다리는 모두 금으로 만들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정복 활동

부왕인 필리포스가 세상을 떠난 뒤, 알렉산드로스가 마케도니아와 그리스의 왕위에 올랐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였던 그는 그리스의 문화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주력했다. 그의 애독서는 호메로스의 서사시인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였다. 그리고 그리스를 점령한 정복군주의 아들답게 그 역시도 페르시아로 원정을 떠났다.

저 유명한 ‘고르디우스의 매듭’ 이야기는 알렉산드로스가 소아시아 정복에 나섰을 때 벌어진 사건이다. 그는 검을 들어 매듭을 단번에 잘랐는데 이 동작이야말로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것이었다. 이는 “손에 검을 들고 내가 세계를 정복하면 예언이 이루어지리라”라는 뜻이었다. 그는 파라오처럼 진정한 군주가 되기 위해 기원전 333년에 페니키아와 이집트를 제압했다. 그런 후 그들이 모시는 태양왕 신전에 가서 제관들에게 자신 역시 ‘태양의 아들’로 선포해달라고 요청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이집트를 떠나기 전, 바닷가에 도시를 세우고 자신의 이름을 따서 ‘알렉산드리아’라고 칭했다. 그리고 이 도시에, 정복 활동을 통해 수집한 장서들을 보관할 도서관을 세웠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제국은 그리스와 이집트, 팔레스타인이 포함된 페니키아, 바빌로니아, 고대 아시리아, 소아시아를 포괄할 만큼 광대했다. 그는 이들 나라에 새로운 조직을 세우려고 했다. 이렇게 해서 이 제국의 국경은 나일 강에서 시베리아의 외딴 지역에까지 펼쳐지게 된다. 그의 꿈은 인도에 위풍당당하게 입성해 만인의 갈채를 받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는 페르시아를 정복하고 나서도 수도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결국 그는 기원전 327년, 수많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인더스 강 유역을 통해 인도에 들어갔고 포로스 왕의 항복을 받아내고 만다.

이집트인들에게는 ‘태양의 아들’로 받들어지고 페르시아인들에게는 ‘왕 중의 왕’으로 통했으며 인도와 아테네에서도 군대를 거느렸던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세상이 위대한 군주에게 바라는 모든 이미지를 몸소 보여주고자 했다. 그는 페르시아 여성과 결혼한 마케도니아와 그리스 의 병사 1만 명에게 성대한 축제를 열어주고 두둑한 지참금을 주었으며, 알렉산드리아를 본보기로 여러 도시에 거대한 도서관을 세우고자 했다. 그러나 기원전 323년, 바빌론에 있는 네부카드네자르 2세의 여름 궁전에서 서른세 살의 나이에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게 된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세상을 떠난 뒤, 계승자들의 왕위 다툼으로 제국은 곧 분열되었다. 이집트는 프톨레마이오스 장군 가문이 지배하게 되었다. 셀레우코스 가문은 메소포타미아를 획득했고, 아탈리데스 가문은 소아시아를 차지했으며, 인도 속령은 사라졌다. 세계를 지배하는 지고의 사치를 바랐던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꿈도 여기서 중단되고 만다.

사치스러운 삶에 관심이 많았던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페르시아 제국에서 나는 독하고 향이 진한 포도주를 즐겨 마시고 인도와 아라비아에서 들여온 향을 제단에 바치기를 좋아했다. 이후 영토를 재정복한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가문의 왕들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과 박물관을 건립하면서 정신과 과학, 문학의 영역에서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업적을 이어갔다. 하지만 로마인들과 경쟁했던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는 클레오파트라 여왕을 마지막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 『사치와 문명』 중에서
(장 카스타레드 지음 / 뜨인돌 / 352쪽 / 2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