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날 아침, 우리 여덟 명*은 북한에 핵폭탄 투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팔각형 테이블 위에는 스티로폼 커피잔들과 문서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고, 그 가운데에는 외교행낭 하나가 열린 채 놓여 있었다. 우리는 가장 최근에 작성된 보고서들을 서둘러 읽어보았다. 북한의 수도 평양에서 쿠데타 시도가 있었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상자들이 나왔다는 것이 주된 안건이었다. 쿠데타 시도 이후 100만 명이 넘는 북한 군대는 2개의 파벌로 나뉜 것으로 보였다. 평양 시내 곳곳에서 군인들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기갑부대들은 휴전선을 넘어 남한의 수도 서울로 진격을 개시했고, 북한에서 발사된 스커드 미사일들은 남한의 표적들을 타격했다. 그런가 하면 남한의 미군 부대들이 북한군 특수부대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는 보고도 들어와 있었다.

우리가 알기로 북한은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나라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중거리미사일을 생산했고, 핵무기도 개발해왔다. 이제 정세가 불안한 상황에서 북한은 전 세계가 오래전부터 우려했던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

정확히 오전 9시 26분에 남한의 기갑부대들이 방어를 위해 집결해있던 지역에서 두 발의 북한 핵폭탄이 터졌다. 그리고 그로부터 3분 후 네 발의 핵폭탄이 추가로 터졌고, 30분 후에는 북한군이 장사정포로 화학 무기들을 남한으로 날려 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제2차 한국전쟁은 핵폭탄의 폭발음과 함께 시작되었다.

우리에게는(우리 외에도 2개 팀이 우리와 같은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곧바로 미국 대통령의 책상에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선택들을 제시하는 임무가 주어졌고, 주어진 시간은 50분이었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남한의 방위에 책임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모든 이가 마주 대하고 싶지 않은 질문에 직면했다. 바로 ‘북한과 똑같이 핵무기로 대응해야 하는가?’하는 것이었다.

팔각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는데, 우리 중 입이 좀 거친 어느 금발의 여자가 북한이 취한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녀의 옆에는 말수가 적은 깡마른 흑인 여자가 앉아 있었고, 반대쪽에는 역시 말수가 적고 잘 다듬어진 회색 콧수염을 기른 남자가 앉아 있었다. 이들 3명은 모두 CIA 소속이었다. 파란색 블레이저에 차분한 색상의 타이를 매고, 회색 플란넬 바지를 입은 네 번째 남자는 신중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과거에 CIA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고 했다.
국방부장관실 소속의 땅딸막한 체구에 고수머리를 한 다섯 번째 남자는 우리가 내놓는 제안을 분석하고 각 제안이 지닌 결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청소년들이나 입을 법한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은 여섯 번째 남자는 한 주요 싱크탱크에서 일하고 있는 핵 과학자로서 비핵수단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버클리대학교의 젊은 교수인 일곱 번째 남자는 초전에 강력한 수단을 신속히 적용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희생자들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 여덟 번째 사람은 저술가였다. 우리와 같은 임무를 수행하고 있던 다른 2개 팀들도 군인, 정보요원, 정치분석가, 싱크탱크 이론가, 기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들은 모두 우리와 마찬가지로 최근 상황에 관한 보고서들을 근심어린 표정으로 넘겨보고 있었고 서로의 의견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다.

지금 북한을 통제하고 있는 인물은 정확히 누구인가? 어떤 파벌의 지도자인가?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핵무기 사용을 지시한 것은 누구인가? 북한에 대한 외교적인 수단이 남아 있는가? 미국은 우선 재래식 군대로 대응하고 북한에 대해 추가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에는 미국도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며 경고하는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가? 아니면 이미 경고의 시기는 지난 것인가? 만약 핵무기가 사용된다면 어떤 종류와 수단을 사용해야 하는가? 차량을 이용해야 할까? 아니다. 이는 수많은 부수적인 피해를 유발할 것이다. 폭격기? 순양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 아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러시아와 중국을 자극할 위험이 있다. 모든 군사목표물을 타격해야 하는가, 아니면 한 곳만 타격해야 하는가? 북한 지도부의 지휘벙커를 타격 대상에 포함시켜야 하는가?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미 지나버렸다. 핵무기로 대응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다행히도 이러한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제2차 한국전쟁은 가상의 상황이며, 시나리오일 뿐이다. 이 모든 과정은 싱크탱크에서 수행하는 전쟁게임으로서 잠재적인 핵 위험에 대한 대응 태세를 높이기 위한 훈련의 일환으로 행해지고 있다. 이 같은 전쟁게임은 나토의 지휘부에서도 행하고 있고, 과거 소련의 구성원으로서 두 나라 모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의 핵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전쟁게임이 끝날 무렵에는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나 위기를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현실 세계의 핵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그 위협이 더욱 고조되는 상황이다. 실제 전쟁과 마찬가지로 전쟁게임도 제3물결 문명과 새로운 지식 기반의 기술이 소개되면서 그 전개 과정이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해두고 싶다.


* 미국 및 북한과 관련된 핵 위기 시뮬레이션은 실제 상황에 대한 훈련 및 대비용으로 개발된 것이다. 이 시뮬레이션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미리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실제 위기 발생 시 당면하게 되는 여러 가지 도덕적, 정치적, 기술적 질문들을 통해 핵 위기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게 된다.

-『전쟁 반전쟁』 중에서
(앨빈 토플러, 하이디 토플러 지음 / 청림출판 / 426쪽 / 23,000원)